내용요약 "‘공공의 적’은 되지 말아야"
'소상공인 살리기' 명분 세울 수 있나
서울시"이커머스 확대 새로운 대안될 것"
서울시 지하철 역에 홍보되고 있는 '제로페이' . /사진=이승훈 기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오는 20일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제로페이’가 개시도 전에 실효성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 금융기관부터 혜택을 받는 주체인 소상공인, 소비자까지 그 누구에게도 아직까지 완전하지 않은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실상 실제 수혜자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앞으로 제로페이가 ‘공공의 적’은 되지 말아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네이버페이와 페이코, 하나멤버스, 머니트리(갤럭시아컴즈) 애플리케이션(앱)과 20개 은행 앱에서 바로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우선, ‘제로페이’가 아직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준비과정에서 ‘서울페이’라고도 불렸던 제로페이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0%대로 낮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페이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모르는 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자 확보가 안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달 가맹점 모집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내 점포 중 제로페이 가맹점을 신청한 곳은 1만6000 곳을 겨우 넘겼다. 서울시의 첫 목표인 13만 곳에도 못 미치고, 전체 가맹점으로 확대하면 고작 2.5%인 상황이다. 반면, 제로페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오프라인 결제를 구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18만 곳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는 카페와 영화관·대형서점·마트 등 대형 가맹점 뿐 아니라 미용실이나 식당·숙박업소 등 소상공인 가맹점만 10만 곳 이상을 확보했다.

소상공인, '구세주' Vs '유명무실할 것' 대립 

문제는 제로페이가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명분도 살리고 있지 못해서다. 정작 당사자인 소상공인 가맹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가장 큰 메리트인 수수료 ‘0(제로)’로도 별 의미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의 제로페이는 연매출 8억원까지 카드수수료가 없다.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로 현재 카드수수료율 0.8~2.3%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영세사업자는 올해 이미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 카드 우대수수료율(0.8~1.3%)과 카드결제로 인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1.3~2.6%)를 받는 덕분에 카드수수료 부담이 없었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발표된 카드수수료 인하로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자영업자들은 부가가치세 환급을 가산하면 실질 카드수수료율이 0%에 수렴한다. 우대수수료율을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1.4%,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1.6%로 신설하고 매출세액공제 한도를 1000만원(연매출 10억원 이하)으로 확대해 중·대형 자영업자까지 혜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의 수수료 ‘0’가 의미 없어지다 보니 가맹점이 아닌 소비자도 어떻게 유인할 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80%에 달할 만큼 보급률이나 사용면에서 압도적이다. 중국이 QR코드 결제 방식의 알리페이의 이용률이 높은 것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QR코드 방식으로 스티커 형태의 QR코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구조지만 이는 신용카드 결제경험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생소하기 마련이다. 은행 계좌이체 방식이라 신용카드의 가장 큰 장점인 신용공여 기능도 없다.

여기에 제로페이는 혜택 측면에서도 아직까지 신용카드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로페이가 제시한 연말정산 시 40%, 소득공제 혜택은 신용카드 15%에 비해 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현금이나 체크카드 30%와는 큰 차이가 없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애초에 소득세내지 않고, 직원 5인 미만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결제해야 최대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문화시설, 공용 주차장할인 혜택도 앞으로 더 보완해야 나가야 한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4200만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이모티콘 제공, 커피 할인 같은 다양한 혜택을 준다. 일반 신용카드의 혜택 서비스도 제로페이에 비하면 정말 다양하다. 관(官) 주도의 사업이다 보니 사기업에 비해 창의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제로페이 사업 참여 주체들의 오픈 플랫폼 참여 활성화와 비용 부담도 해결해야한다.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QR결제·매장결제 서비스를 이미 운영해왔던 터라 사업 참여 유인이 적어 제로페이 사업에 불참을 선언했다. 은행들은 계좌이체 서비스를 위한 초기 플랫폼 구축비와 운영비도 부담인 상황이다.

또 제로페이 사업이 ‘소상공인’살리기 등 누군가를 위한 행정 중 하나라면 또 다른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하기 마련이다. 서울시의 사업 예산 30억원이 제로페이 사업을 위해 쓰이고, 소득공제와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재원도 국세와 지방세 등 국고에서 충당 된다. 앞으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민간 사업자들의 마케팅비 부담을 줄이고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관치금융’과 ‘혈세’ 논란은 앞으로 서울시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된 것이다.

한편 내년부터 본 사업이 시작되면 전국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은행과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이용 가능한 매장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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