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기업 지출 손해보험료 최근 3년간 6.86% 증가에 그쳐
증가폭은 대기업(1.2%) 비해 중소기업(8.53%)이 커
중소기업 리스크전가 비율 대기업 비해 5배 이상 높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보험은 기업의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활동을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다. 기업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등 리스크 관리가 미흡하면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로 인한 손실로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고양 저유소 화재’ 등 대형 사고에도 보험을 가입한 관계 기업은 피해를 최대한 경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보험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보험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에 약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사진=연합뉴스.

◆KT·대한송유관공사, 대형 사고에도 보험으로 피해 경감

KT는 지난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에 대해 재산종합보험이 가입돼 있어 화재에 대한 손해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이 보험은 DB손해보험이 주간사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총 8개사가 공동 인수했다. 보장한도는 건물 69억원, 장비 5000만원, 배상책임 100억원 등이다. 다만 KB증권이 추산한 KT 고객 보상금은 317억원으로 KT가 보험보상 외에 200억원 이상을 추가 보상해야 될 전망이다.

대한송유관공사도 보험을 통해 지난 10월 7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송유관공사가 화재사고 전 가입해둔 화재보험 또한 DB손해보험이 가장 큰 지분(34%)를 가지고 있으며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저유소 화재에 대해 “피해금액은 5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마저도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대한송유관공사와 정유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KT화재와 고양 저유소 화재 모두 현재 사고 조사 및 보험료 산정이 진행 중에 있다”며 “두 사고 다 규모가 크다보니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기업 리스크관리...미국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이처럼 기업의 위험 관리 수단으로 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내 수많은 기업들의 보험을 활용한 리스크관리는 아직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기업의 손해보험료 지출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출한 손해보험료는 6조8149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0.17%에 불과했다.

또 국내기업이 지출한 손해보험료는 최근 3년간 6.86%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손해보험료 증가폭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컸다. 2017년 대기업은 손해보험료로 1조4824억원을 지출해 2014년에 비해 1.2% 올랐고 중소기업은 5조3865억원을 보험료로 내 3년동안 8.53% 지출이 늘었다.

자료=보험연구원.

매출액 대비 손해보험료 비율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높았다. 매출액 대비 손해보험료 비율은 리스크 전가(예상되는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사 밖으로 부담시키는 것) 비율로 정의된다. 대기업은 지난해 매출액의 0.06%를, 중소기업은 0.32%를 보험료로 지출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리스크 전가 비율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의 리스크 전가 비율은 2014년 대비 3.26%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기형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리스크 전가 비율이 상승한 이유는 최근 화재 등으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 의무보험 도입 등으로 리스크관리 인식이 개선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리스크 전가 비율은 미국 기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국내 기업이 효과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 필요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매출액 대비 1% 가량을 손해보험료로 지출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사고로 인해 파급되는 배상책임손해, 간접손해 등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리스크관리 인식과 필요성을 사회전반에 확산시키고 전사적인 리스크관리가 가능하도록 선진국과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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