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 산업은행(왼쪽)은 18일 한국GM의 생산과 연구법인 분리에 찬성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국GM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1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국GM의 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이하 GM)와 2대 주주인 KDB 산업은행의 법인분리 안건을 의결한 직후 내놓은 첫 말이다. 이날 산업은행은 GM이 추진 중인 생산법인과 연구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법인분리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법인분리에 반대해 왔다. GM은 10월 열린 한국GM 임시 주총에서 법인분리를 의결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법인분리에 반대하며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산업은행의 비토권(거부권)을 인정하며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GM은 예정했던 '11월30일' 법인분리 계획을 이틀 앞두고 법인분리 동력을 잃었다.

산업은행은 10월 임시 주주총회 후 불거진 '산업은행 패싱' 논란을 일축하며 법원 판결 후 한국GM으로부터 '연구개발 법인 사업계획서'를 제출 받아 외부 용역검토를 거치는 등 검증에 나섰다. 산업은행의 선택은 법인분리 찬성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산업은행은 출자를 약속한 총액 8100억 원 중 4000억 원을 연내 집행하기로 하고, 한국GM에 '10년 이상' 한국을 떠나지 말 것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법인분리 찬성 후 "GM 본사가 신설 법인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의 중점 연구개발 거점을 지정하고, 추가 연구개발을 확보하는 한편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법인분리가 연구개발 법인과 생산법인 모두를 강화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법인분리 후에도 생산과 연구법인 모두에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한국GM도 같은 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한국GM이 생산 배정이 확정된 차세대 준중현 SUV와 새로운 CUV에 대한 글로벌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한국의 협력업체들은 더 많은 부품을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카젬 사장은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신설로 한국의 엔지니어들이 매우 중요한 차량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연구개발 분리로 더 많은 글로벌 프로그램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GM에 넘어갔다. 그동안 GM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10년 이상 한국 경영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 2월 갑작스런 군산공장 폐쇄도 그랬고, 10월 산업은행과 노조를 따돌린 채 '나홀로 주총'에서 법인분리를 강행한 전례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게 한다. 결국 GM은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경영정상화를 향한 말 뿐인 아닌 진정성 있는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 산업은행 역시 또다시 '패싱' 구설에 오르지 말아야 한다. GM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2대 주주로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GM의 '10년 이상' 약속이 '먹튀'로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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