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스윙키즈’(19일 개봉)는 춤의 외피를 쓴 전쟁영화다.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한 영화 ‘써니’로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복고 열풍을 일으킨 강형철 감독은 1951년을 배경으로 한 ‘스윙키즈’로 탭댄스에 날카로운 현실을 스며놓았다. 마치 동화 같은 배경과 순수한 캐릭터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념 갈등이 불러온 비극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강 감독은 “이념이 우리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윙키즈’를 처음에 만들게 된 계기는.

“전작 ‘타짜2’를 끝내고 신나는 디스코 음악을 듣던 중 문득 춤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새였다. 그러다 ‘택시운전사’ 감독인 장훈이 ‘로기수’라는 뮤지컬이 있다며 추천했다. 직접 본 ‘로기수’는 삶의 희로애락과 함께 페이소스가 묻어나 있었다. 남북문제와 이념 갈등 등이 담겨 있었는데 이걸 한 번 영화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이념에 탭댄스를 더한 영화다. 영화로서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소재인데.

“안 어울려서 더 매력적이었다. 이질적인 두 가지의 매력이랄까. 사실 원작은 형제애를 다루는 장면이 더 많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그것보다 포로수용소라는 공간 안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북한군과 미군 하사의 우정을 더 돋보이게 하고 싶었다. 서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네 사람, 그 오합지졸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만들고 싶었다.”

-전쟁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쟁영화는 무수히 많다. 기존의 전쟁영화와 어떤 게 다를까.

“한국전쟁은 엄청난 비극이다. 한국전쟁을 내려놓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적인 화법으로 다룬 영화는 정말 너무 많다. 나는 ‘스윙키즈’를 그런 영화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전쟁의 불행을 총칼이 아닌 춤으로 승화하려고 했다. 전쟁이 타당한지, 아니면 스윙키즈라는 꽃 같은 인간들의 존재가 타당한지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로 점점 비극을 향해 달린다. 초반의 재기 발랄한 상황을 찾기 힘든데 톤앤매너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나.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적 기법이다. 예상 가능한 결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톤이 바뀌지만 아마 관객들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살얼음판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광국(이다윗)이 돌아오면서 영화의 톤이 확 바뀐다.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잃은 청년은 이념을 악용한다. 사람들은 또 광국에게 쉽게 휩쓸려 가는 것이다. 이게 내가 이념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념이 우리를 집어삼키는 방법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타이틀롤 도경수의 매력이 살아있는 영화다. 감독으로서 어떤 걸 주문했나.

“그저 ‘잘 먹고 잘 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첫 미팅 때부터 도경수는 로기수 그 자체였다. 대본에 대한 이해력도 엄청 빨랐다. 삭발도 본인의 의지였다. 스태프도 도경수를 보면 표정 자체가 밝아졌다. 가족처럼 지낸다는 말과 잘 어울렸다. 팀의 완벽한 일원이었다.”

-브로드웨이 댄서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자레드 그라임스의 섭외 과정은.

“에이전시를 통해 대본을 줬고 스카이프로 오디션을 봤다. 잭슨 역에 딱 맞는 주인이다. 자레드는 에너지 음료 같은 존재다. 현장에서 정말 에너지가 넘쳤다.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힘이 있다. 탭댄스를 정말 잘 추는 사람 중 한 명 아닌가. 돈 주고도 보기 힘든 공연을 공짜로 본 기분이다.”

-춤 영화는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연기가 정극 영화보다 더 중요한데.

“사실 의미 없는 춤을 추면 감정 전달도 잘 안 된다.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들을 춤에 녹이려고 계획을 짰다. 카메라 워크 하나하나에 힘을 기울였다. 배우들도 정극영화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힘들었을 텐데 티를 내지 않아 너무 고마웠다. 우리 배우들은 적당히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마음에 안 들면 한 번 더 촬영하자고 먼저 이야기한다. 프로들이랑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좀 더 상업적인 결말을 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뻔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사이비종교 같은 이념에 휘말려서 의미 없는 싸움을 할 때 누군가가 희생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전쟁에서 스윙키즈 팀들은 희생 당했지만 패배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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