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 내 화장품 매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화장품주(株)가 ‘산타 랠리’를 맞았다. 우려와 달리 4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화장품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 대비 9500원(4.75%) 오른 20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1일 기록했던 연저점(14만5500원)보다 30.5%나 상승했다. LG생활건강은 이날 전날보다 8000원(0.75%) 오른 108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0월 30일 연저점(101만원)보다 7.0% 오른 수준이다.

◆ 4분기 실적, 낮아진 눈높이에 부합할 전망

그간 아모레퍼시픽은 내수 침체와 중국 시장 부진에 따라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주가 역시 지난 5월 이후 꾸준히 하락, 지난달 21일 연저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1224억원이었으나 현재 720억원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3% 증가한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 늘어난 72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 충분히 부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은채 연구원은 “내수 면세점 매출액이 중국 관광객 회복과 구매 제한 완화에 힘입어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 것”이라며 “또 중국 사업 매출 증가세가 나타나면서 주가가 저점에서 30% 이상 올랐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는 2200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면세점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다만 생활용품 부문의 부진과 4분기 특별 성과급 지급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의 외형성장으로 올해 화장품 부문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8.4% 늘어나 전사 매출을 이끌 것”이라며 “다만 경쟁사와 차별화된 실적으로 특별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화장품주 수혜 기대

이처럼 면세점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의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화장품주의 수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4일 발표한 ‘11월 한국관광통계 공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단체관광 금지에 따른 기저효과에 35.1% 늘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거의 없었으나 보따리상(따이공) 덕분에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내년 단체 관광객이 회복된다면 면세점 매출액이 올해보다 15~20%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내년 실적 악화 우려…주가 상승세 이어지기 어려워

다만 증권가에선 이들 화장품주가 추세적인 상승 여부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4분기 실적과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을 이끌 수는 있지만 내수·중국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탓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아모레퍼시픽 실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내수·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중국 내 포트폴리오 사안 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려면 화장품 산업의 경쟁 완화, 중국 럭셔리·중저가 브랜드 경쟁력 제고, 글로벌화 속도 등이 따라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올해 럭셔리 화장품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으나 내년 실적 개선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중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은 브랜드의 비중이 증가하는 점과 생활용품 부문의 경쟁이 심화되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달성했으나 성장속도 둔화로 밸류에이션이 하락했다”며 “내년 성장 여력 역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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