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신한카드 임영진 대표이사, 롯데카드 김창권 대표이사,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이사, 삼성카드 원기찬 대표이사, BC카드 이문환 대표이사, 하나카드 정수진 대표이사. /사진=각사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카드사 수장들이 어두운 업계 분위기 속에 대거 연임되며, 새해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그간 정부의 잇따른 카드수수료인하와 우대수수료율 적용,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카드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연말 인사에서 카드사 수장 교체설도 무성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5곳(신한ㆍ롯데ㆍ현대ㆍ삼성ㆍBC)은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을 확정하며 내부 결속을 꾀했다. 카드사들이 위기 돌파를 위해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현 수장을 연임시키는 ‘안정’ 카드를 빼든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의 연임을 추천했다. 특히, 5개 주요 자회사 사장단 인사에서 신한은행·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CEO를 전격 교체한 가운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만 유일하게 자리를 유지해 업계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임영진 사장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사업전략을 추진해 카드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임 사장 주도로 출시된 딥 드림(Deep Dream) 카드 시리즈는 올해 안으로 300만좌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임 사장은 지난 10월 모바일 앱 ‘신한판(FAN)’을 ‘신한페이판’으로 리뉴얼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바 있다. 아울러 페이팔,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호텔스닷컴과 같은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과 연이어 제휴를 맺는 업적도 이뤄냈다.

롯데그룹도 지난 19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카드 김창권 대표이사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롯데그룹이 현재 롯데카드 공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김창권 대표를 연임시켜 안정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임직원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 대표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 경영과 미래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 최초로 IT인프라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했고, 세계 최초로 손바닥 정맥 결제서비스 '핸드페이'를 선보이는 등 바이오 페이먼트 분야를 선도했다. 또 디지털 역량을 결집한 통합 앱 '롯데카드 라이프'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울러 베트남 소비자금융사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 인수를 완료하고 현지 영업을 시작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 전환 이후 첫 인사로 그룹 부회장 6명 중 4명이 자리를 옮기거나 고문으로 물러나는 대대적인 세대교체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장기집권과 수익감소로 교체설이 무성했던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도 연임됐다. 이미 5년여 간 재임한 데다 올 초 금융계사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돼 교체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왔고, 최근 실적악화도 정주 주도의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것으로 원 대표의 성과와 무관한 것으로 평가됐다.

BC카드 이문환 사장 역시 지난달 말 연임을 확정했다. 지난달 KT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이 사장은 내년에도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하나카드 정수진 사장도 연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정 사장 임기동안 출시된 원큐(1Q)카드 시리즈가 500만좌 이상 판매되며 4연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하나카드는 내년 3월 말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카드사 수장 대부분이 연임에 성공하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내년에도 어려운 업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업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기존 수장을 연임시켜 조직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새로운 수장으로 교체되면 장점도 있겠지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사업운영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기존 수장들이 잘 이끌어 온 만큼 내부 결속을 다져 불황 대처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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