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커스터디 서비스, 고객 자산 수탁해 보관·관리
가상화폐 시장 불확실성·해킹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코인베이스·비트고·피델리티 등 해외선 활발
국내선 스트리미, 수사기관 대상 '다스크' 개시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상화폐 시장에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내년 가상화폐 시장 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기관 투자가와 헤지펀드 등의 시장 유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안정적으로 보관·관리해주는 커스터디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상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를 비롯해 블록체인 보안업체 비트고(Bitgo),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소재 자산운용사 푸상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월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노던트러스트, 일본 노무라그룹 역시 가상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커스터디 서비스는 왜 필요한가

가상화폐 시장에 '커스터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객 자산을 기관이 수탁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커스터디 서비스는 가상화폐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커스터디 서비스란 기존 금융권에서 고객을 대신해 금융기관이 고객 자산을 대신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주식, 채권, 현금 등을 매입하려고 할 때 국내 은행과 위탁 계약을 맺고 은행이 이를 대행해주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직접 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외부 도난과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가상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관 투자가나 헤지펀드 등 이른바 ‘큰 손’들은 가상화폐 시장 불확실성과 해킹 등의 리스크 때문에 시장 진입을 꺼려왔다.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관들은 자금 관리나 외부 도난, 해킹으로 인한 손실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커스터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국 금융당국 역시 커스터디 서비스의 등장이 가상화폐 시장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결정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비트코인 ETF 승인을 위해서는 커스터디 서비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기에는 조작 위험이 여전하고 안전 장치 역시 없다”며 “가상화폐를 수탁하는 커스터디 서비스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커스터디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 해외선 앞다퉈 서비스 개시...’200억달러’ 거액 수탁 중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11월 커스터디 서비스 준비를 알리고 올 7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사진=코인베이스

해외에선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11월 17일 “전세계 모든 기관과 헤지펀드가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미션을 가지고 안전하게 암호화 자산을 보관할 수 있도록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코인베이스는 커스터디를 통해 콜드 스토리지 옵션과 SEC 규제를 준수하는 브로커 딜러 등을 통해 고객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수준의 보안 유지를 위해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의 가입비를 선불로 내야 하고 보유 자산 정도에 따라 매월 이용료를 추가 납부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이용료에도 지난 10월 기준 200억달러(약 22조 7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수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비트고의 경우 사우스다코타 증권감독청 금융 부문의 신탁업체 인가를 받아 최초의 ‘승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비트고는 ▲은행 등급 III 금고의 콜드 스토리지 기술 ▲기관 차원의 정책 통제 ▲다중 사용자 계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원 코인은 비트코인(BTC), 리플(XRP), 이더리움(ETH), 비트코인캐시(BCH)를 포함한 75종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지난 10월 커스터디 서비스를 시작했다. 피델리티는 7조2000억달러(약 8029조원)의 거대 자산을 운용 중인 곳으로 피델리티는 자사 고객들의 안전한 가상화폐 투자를 돕기 위해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밖에도 골드만삭스와 일본 노무라그룹, 노던트러스트도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 스트리미, 수사기관 대상으로 한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를 운영 중인 스트리미는 법 집행기관을 대상으로 한 커스터디 서비스를 지난달 론칭했다./사진=다스크

해외 시장에서 커스터디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에선 아직까지 민간 영역을 대상으로 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공공 영역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를 운영 중인 스트리미가 지난달 30일 법 집행기관을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 ‘다스크(DASK)’를 론칭했다.

다스크는 가상화폐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을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다. 수사 과정에서 불법 자금이나 자금 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를 적발할 경우 이를 기관이 동결한 뒤 다스크를 통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신청서에 신청기관 정보와 사건번호 등을 기입한 뒤 기관 이메일을 인증하고, 공무원 신분증과 공문·영장 등을 추가로 인증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통해 자산을 예치하게 된다.

스트리미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불법 자금 의혹 등으로 동결된 가상화폐 자산이 적지 않다. 중소에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까지 합하면 천문학적 규모일 것”이라며 “이 같은 암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결과 나온게 다스크”라고 설명했다.

다스크는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증거물 취급절차에 따라 보관하고, 원 소유자에게 반환하거나 형사법에 의해 소유권을 포기하게 될 때까지 해당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앙화된 거래소나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로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해킹 등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에 자산을 보관한다. 

다스크는 6중 금고 시스템을 이용해 높은 보안을 자랑한다. 지갑 접근에 있어 필수적인 개인 키(Private Key)를 여섯 개의 한계치 서명(Threshold Signature)로 분리해 보관한다. 만약 공격자가 3개 이상의 한계치 서명에 대한 보안을 뚫지 못 하면 해당 자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다스크는 별도의 사용 비용이 없다. 거액의 이용료와 가입비를 요구하는 해외 서비스와 대조적이다. 공공기관을 위한 일종의 ‘재능기부’ 형식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시행 초기인 탓에 아직까지 가입자가 많지는 않지만 향후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커스터디 서비스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스트리미 관계자는 “아직까지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공공 영역을 우선으로 실시한 뒤 기반이 잡힌 후 생각해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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