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생건, 내실 및 한방 브랜드 강화vs아모레, 온라인 시장 주목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좌), 서경배 아모레 회장(우)/사진=LG생건,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화장품 업계 빅2 LG생활건강(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아모레)이 2019년 정반대의 경영 방침을 추진한다. LG생건은 1위를 지키기 위한 '굳히기'에 아모레는 급격하게 바뀌는 시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화장품 업계 매출 1위는 LG생건이 차지할 전망이다. LG생건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5조490억원, 영업이익이 8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3%, 11.2% 성장했다.

반면 아모레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한 4조6804억원, 영업이익은 16.9% 줄어든 5331억원을 기록했다.

◆1위 자리 탈환한 LG생건…아모레는 고전 중

LG생건과 아모레는 화장품 업계 오랜 라이벌이다. 2016년까지 아모레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나 최근 2년 새 LG생건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2013년 아모레를 누르고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던 LG생건은 이듬해 아모레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줘야했다. 아모레는 이후 3년간 아슬아슬하게 왕좌 자리를 지켜왔지만 2017년 LG생건에 왕관을 다시 빼앗겼다.

LG생건이 훨훨 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후’의 활약이 있었다. 후는 2003년 출시된 한방 화장품으로 먼저 출시한 아모레 ‘설화수’ 시장을 겨냥했다.

2005년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후를) 한방 브랜드를 넘어 한류를 대표하는 궁중 화장품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 한마디는 후의 운명을 바꿨다.

중국의 높아진 소비 수준을 고려해 LG생건은 후 판매에 고급화·VIP 마케팅을 적용했고 이 전략은 통했다. 후는 2017년 국내 면세점에서 6086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4252억원을 판 설화수를 꺾고 브랜드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 지난해 12월말 기준 화장품 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2조원 기록을 세웠다.

반면 아모레는 중국 ‘사드 보복’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2017년부터 실적이 주춤하다. 몇 년 전까지 두 자리 수 성장세를 이어가던 아모레 계열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9% 감소했으며, 에뛰드하우스는 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다른 길 걷는 빅2…LG생건 '굳히기'vs아모레 '바뀌자'

2017년 실적 희비가 엇갈린 양사는 2018년에도 큰 이변 없이 LG생건이 1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올해 양사는 정반대의 사업 추진 방향을 내놨다. ‘만년 2등’ 설욕을 딛고 어렵게 1위 자리에 오른 LG생건은 내실 강화에 힘쓰는 반면 아모레는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고객 신뢰를 강조했다. 차 부회장은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을 리더십의 사례로 들며 “눈앞의 이익이나 당장 손에 쥐어지는 먹잇감에만 몰입하기보다는 신뢰와 원칙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룬 성과들을 지키고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생건은 새해에도 후를 필두로 한방 브랜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귀족 화장품' 콘셉트로 론칭한 '수한방'이 그 주인공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방 효능을 갖췄지만 향이 강하지 않은 새로운 화장품을 찾는 수요가 많다”며 “고급스러운 귀족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스토리를 내세워 올해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밖에 회사의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숨마’, 오휘의 고가라인 ‘더 퍼스트’ 등을 육성하고 지난 3월 유럽 전역 세포라 매장에 입점한 ‘빌리프’를 통해 중국 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생건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에서 럭셔리 화장품 매장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특징을 알릴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다.

반면 서경배 아모레 회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즐기자’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밀레니얼, Z세대 등 시대의 변화를 언급하며 △혁신상품 개발 △고객경험 향상 △디지털의 변화 세 가지 중점 추진 과제 실행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온라인 위주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디지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오늘날 화장품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디지털과 모바일”이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다각도로 활용해 멀티 브랜드, 멀티 카테고리, 멀티 채널을 통해 전방위로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온라인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점점 커지는 유통 채널이기 때문에 올해에도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해외 매장 출점을 늘려 신규 지역 진출도 활발히 전개할 예정"이라며 "새해에는 브랜드 카테고리별로 강한 브랜드를 더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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