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새해 첫 날 배터리·소재 공장 방문...CES 현장도 방문
美 조지아주·라스베이거스 찾아 배터리 생산 시설 관련 MOU 체결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국내 최초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이 탈(脫)정유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2017년 조직개편을 통해 차세대 먹거리 중심 역량 강화에 돌입하며 정유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에너지·화학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업계 최초로 CES에 참가해 회사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소재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해년(己亥年) 시작과 함께 비정유 중심 사업구조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2주간 배터리·소재사업 관련 국내외 일정을 소화하며 회사 미래 먹거리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CES에 설치된 회의실에서 전략회의를 주재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좌), 노재석 소재사업 대표(가운데), 이장원 배터리 연구소장. /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기해년 키워드는 '배터리·소재사업'

김 사장은 지난 1일 서산과 증편에 있는 배터리·소재 공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과거 CEO들이 정유사업 핵심 생산거점인 울산CLX(Complex)를 방문해 구성원들을 격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행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일 발표한 신년사에도 비정유 사업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배터리 사업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주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톱 티어(Top Tier·일류)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동시에 소재사업은 LiBS(Lithum-ion Battery Separator·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에 이어 FCW(Flexible Cover Window·SK이노베이션 Flexible Display용 유연기판 브랜드명)를 새로운 성장옵션으로 시장 내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년사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불어 유가·환율의 변동성 심화가 전망되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대외 환경에 취약한 정유사업보다 회사 신성장 동력(배터리·소재)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인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3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 의사를 밝혔다. 그는 4일 신규 배터리 공장이 설립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주청사에서 네이선 딜 주지사와 16억7000만달러(약 1조8677억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향후 최대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결정을 비롯해 향후 수주 증대에 따른 증설까지 포함해 2022년 연간 생산량 55GWh 규모의 생산설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4.7GWh의 생산량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김준 사장이 지난 4일(현지시각) 애틀란타 주 청사에서 개최된 배터리 공장 증설에 대한 투자 양해 각서 체결식에 참석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비즈니스 모델 혁신 통해 비정유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

김 사장의 다음 목적지는 세계 최대 가전·IT제품 전시회인 CES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였다. 김 사장은 'CES 2019' 개막 첫날(8일)부터 SK그룹 공동 부스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배터리·소재사업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오후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플렉서블(Flexible) 디바이스 제품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김 사장은 10일 CES 현장에서 임원 전략회의를 열고 "CES를 통해 확인한 혁신의 속도를 능가하는 BM(Business Model) 혁신으로 성장해 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배터리·소재 등 비정유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가고 있다. CES 참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LiBS, FCW 등 미래 먹거리를 공개한 만큼 전통적 장치산업에서 미래 기술을 탑재한 첨단 회사로의 변화 속도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전통적 장치산업에서 미래 기술을 탑재한 첨단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며 "기해년 연초부터 김 사장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배터리?소재사업 등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이 가진 차별적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유사 매출은 70% 정도가 정유 사업에서 나오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비정유 부문이 크다"며 "업계 특성상 외부 변동성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익 안정화를 위해 '탈정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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