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대표. /넥슨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지주사인 NXC 지분 98.64% 전량을 매각할 것이라는 기사가 새해 초 터지면서 업계는 물론 사회 여론이 술렁였다. 게임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이 같은 소식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선 ‘게임 산업 주권마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 2000년대 중반 전문 경영인에게 넥슨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어 ‘진경준 검사장 공짜주식 사건’을 계기로 2016년 7월 넥슨 일본법인의 등기 이사도 사임해 사실상 게임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럼에도 넥슨 매각설에 시선이 집중된 이유는 김정주 대표가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 1세대 오너다. 1996년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을 히트시키며 방대한 지식재산권(IP)을 쌓았다. 뿐만 아니라 해당 개발사인 네오플, 게임하이 등을 인수해 회사를 키웠다.

그런데 김정주 대표는 매각설 논란에 대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며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리겠다”라는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NXC 지분 매각 여부나 방식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애써 부인하지도 않았다.

당장 넥슨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넥슨은 그동안 무노조 경영전략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다 지난해 9월 노조가 출범했다.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 많지 않았던 상황이었지만 매각설이 흘러 나오며 가입하려는 직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외국계 기업에 넘어갈 경우 고용불안이 일어날 거란 우려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을 핵심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 정책을 거스르게 되는 셈이다.

또한 예상 인수자로 거론되는 텐센트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 게임업체들이 최대 투자처를 잃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 전액을 자국으로 가져가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이네켄코리아(2017년 배당성향 100.1%)나 오비맥주(2017년 105.4%) 롯데아사히주류(2016년 168.5%) 필립모리스코리아(2015년 100%)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2017년 99%) 등이 그렇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해 5월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재산 1000억원을 사회 환원하고, 2세 경영권 승계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하고, 청년 벤처창업투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데, 이 말을 지키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넥슨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글로벌 게임사들과 경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이윤이 목적인 사업가가 아닌  대한민국 게임 산업 1세대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고려해 달라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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