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정원 기자]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젠더 (생물학적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 이슈’일 것이다. 종합 포털사이트 통합검색에서 국어사전 결과를 클릭한 검색어 1위가 ‘페미니스트’ 일 정도로 젠더 논란은 한해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에서 발발한 미투(#MeToo 나도 피해자) 운동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2019년에도 젠더 이슈는 뜨거울 전망이다. 이에 한국스포츠경제는 연예계 각 부문별로 젠더 이슈가 어떻게 다뤄지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OSEN

지난해 일어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 운동이 방송가를 바꾸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남성 배우, 방송인들의 활동이 주춤했고, 그 사이 여성 방송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예능, 드라마 할 것 없이 여성이 주가 되는 무대들이 많아진 것. 그뿐 만이 아니다. 시청자들 역시 방송 시청 도중 여성의 역할에 부당함을 느낄 경우 과거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젠더 이슈가 불러온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첫번째 순서로 다양한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방송가의 우먼 파워를 살펴봤다.
 
■ 방송가 남성 활동 주춤
지난해 배우 조민기를 시작으로 조재현, 최일화 등 굵직한 중견 배우들이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송 활동을 접었다. 조민기는 지난해 2월 교수로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 이후 3월 9일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안겼다. 조재현은 배우 최율의 고백으로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하차, 잠정 은퇴했다. 오달수, 최일화도 미투 논란으로 각각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 하차했다. 데뷔 26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던 김생민 또한 '미투' 가해자로 지목을 받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웬만한 유명 남성 배우, 뮤지션들이 무더기로 미투 운동 중심에 서자 방송가는 조용해졌다. 아직까지 남성 중심 조직 문화가 남아있어서일까. 문화계에서 남성들의 활동은 소극적으로 변했고, 그 사이 우먼 파워가 강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Olive, tvN

■ 예능-드라마, 여성이 주가 되는 무대 많아져
'미투' 바람이 쓸고 간 방송가는 여성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여성 예능인, 배우들의 무대가 전보다 훨씬 커졌다. Olive '밥블레스유', tvN '주말사용설명서' 등 각종 예능에서는 여성 방송인들이 고정 진행자로 나섰다. 남성들이 판을 치던 1~2년 전 예능계와 다른 모습이다. 송은이, 김숙이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며 진입 장벽을 깼고, 이어 이영자, 박나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면서 방송가 여성들의 입지를 넓혔다. 올해 첫 선을 보일 예능 JTBC2 '바람난 언니들', KBS Joy '트렌드 바이 미' 등 또한 여성 출연진이 프로그램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드라마에서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뷰티 인사이드' '스카이캐슬' 등 여성이 주인공이 된 작품이 늘어났다. 지난 7일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만 봐도 그렇다. '조들호2'는 고현정의 컴백을 앞세워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방송가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여풍'은 앞으로도 주목할 만한 관심거리다.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여성 방송인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tvN '나의 아저씨'

■ 여성 시청자들 목소리 높아져
젠더 이슈 후 시청자들은 성문제를 두고 방송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가 18살이라는 점을 들어 '로리타' 의혹을 받았다. 제목에서도 둘 사이의 불륜이 연상돼 일부 네티즌들은 "아재들만의 판타지"라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특히 극중 여성 캐릭터의 처지가 여성 시청자들의 불만을 낳았다. 가난과 빚에 시달리는가 하면 사채업자에게 폭행당하는 신까지 등장했다. 극중 사채업자는 애정과 집착을 폭력으로 드러내는데 이를 두고 젠더 폭력인 '데이트 폭행'을 연상시킨다는 비난도 일었다. 이 가운데 유병재는 또 팬카페를 통해 '이런 대본, 이런 대사를 쓸 수만 있다면 정말 너무 좋겠다'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다. 팬들 마저 '폭력을 정당화하는 거냐' '주인공 나이차 많이 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결국 유병재는 사과했고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을 뿐 저도 젠더 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라고 전했다. 한 가지 드라마를 예로 들었을 뿐인데, 시청자들이 젠더 이슈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미투, 페미니스트 등이 이슈로 떠오른 만큼 시청자들도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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