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빗썸, 희망퇴직으로 전직원의 10% 감축
새 수장에 조직 슬림화까지…구조조정 단행
“시장침체 영향vs긍정적 변화” 갑론을박
빗썸이 지난해 12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사실상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 3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인 빗썸에 새해부터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빗썸은 지난 9일 새 수장을 맞이한 데 이어 최근 희망퇴직으로 전 직원의 10% 가량을 감축했다. 업계에선 빗썸이 시장 침체기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과 동시에 대표 교체와 조직 개편으로 변혁을 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해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한시 운영해 사실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직 지원 프로그램이란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퇴직하는 근로자의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빗썸 전직원(330명)의 10%에 가까운 30명이 회사를 떠났다. 빗썸은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 기본 퇴직금에 재직 개월수에 월급을 곱한 추가 퇴직금을 일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을 일한 직원은 12개월치 월급을 추가 퇴직금으로 받은 셈이다.

◆ 빗썸, 정규직 400명 공개채용하더니...희망퇴직으로 ‘몸집 줄이기’

한때 2000만원에 육박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400만원대도 간신히 버티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에 가상화폐 거래소는 물론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그래픽=허지은 기자

빗썸은 가상화폐 호황기인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2017년 초 20여명에 불과하던 빗썸 직원은 2018년 초 400여명을 넘어서며 1년새 20배 이상 크게 늘었다. 빗썸은 지난해 1월 당시 직원 규모와 비슷한 정규직 400여명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며 빗썸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7년말 53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빗썸은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93억원에 그치며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해킹으로 190억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10월에는 싱가포르기업 BK컨소시엄에 매각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빗썸의 ‘몸집 줄이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에 앞서 광화문 오프라인 고객센터도 폐쇄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중에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업계 1위인 빗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통’ 새 수장 맞은 빗썸, 조직 개편으로 도약할까

빗썸은 지난 9일 최재원 경영기획실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세계 5대 은행으로 불리는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과 증권 등에서 13년을 몸담은 '금융통'으로 평가된다./사진=빗썸

반면 빗썸이 신임 대표와 조직 개편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빗썸은 지난 9일 최재원 경영기획실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 및 증권에서 13년을 몸담은 ‘금융통’으로 지난해 2월 빗썸에 합류해 재무·금융 업무를 총괄해왔다.

빗썸은 최 대표 선임과 더불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해외 사업실, 블록체인 R&D실, B2B 사업실 등을 신설하고 조직을 사업, 사업 지원, 서비스 지원 등으로 재편했다. 또 허백영 전 대표와 부사장들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사업 다각화와 신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빗썸의 희망퇴직 역시 이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빗썸이 주력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커스터디 사업과 미국 증권형 토큰 거래소 추진, 러시아 국영은행과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행한 조직 개편이라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 역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운영했을 뿐, 회사가 어려워 희망퇴직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거래소만이 살아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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