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적·도덕적 분쟁, 신뢰 잃어가는 수입차 업계
벤츠, 단일 브랜드 사상 첫 지난해 연 7만대 판매 돌파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1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을 고무적으로 바라봤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성공의 주요 요인은 한국이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지난 1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또 한 번 성장을 해 메르스데스-벤츠 전체 시장 중 중국,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며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라키스 사장의 이 말은 수입차 업계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상 최대 실적 수입차, 안전은 '글쎄'

실제로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연간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수입자동차 신차등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수입차는 모두 26만705대가 등록을 마쳐 23만3000여대를 기록한 전년과 비교해 11.8% 성장했다. 수입차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브랜드 별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7만800여대로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7만대 판매의 대기록을 썼다. 이어 잇단 화재 여파로 홍역을 앓았던 BMW가 5만524대로 전년대비 -15.3% 역성장하며 2위를 차지했다.

독일차의 강세 속에 일본의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1만6774대의 판매고를 보였고, '디젤 게이트'로 몸살을 앓았던 폭스바겐이 1만5390대로 부활했다. 아우디 역시 1만2450대를 팔았다. 연간 1만대 이상 판매한 수입차 업체는 모두 8개(벤츠, BMW,도요타, 폭스바겐, 렉서스, 아우디, 랜드로버, 포드)며 미니(9191대)와 볼보(8254)가 1만대 클럽에 근접했다.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업계는 도덕 불감증과 법적 문제 그리고 안전 이슈로 실상은 요란한 빈수레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1위 벤츠의 경우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28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변경 인증을 거치지 않은 배출가스 부품을 사용한 차량을 판매한 혐의(대기환경보전법 및 관세법 위반)다. 담당 직원은 징역 8개월 처분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여름 BMW는 잇따른 화재로 신문과 방송 등 주요 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했다. 현재 화재 사태 여파로 17만여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 중이다. 수입차중 최대 규모다. 국토교통부는 연료를 재순환해 효율을 높이고 배기가스 내 오염물질을 줄이는 EGR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최종 판결했다. 화재 사태 후 BMW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업계는 BMW가 신뢰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일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BMW는 잇따른 화재로 그동안 쌓은 브랜드 인지도에 타격을 입었다. 연합뉴스

◆'한국은 호갱?' 소비자 기만한 일본차

닛산과 도요타는 도덕적 해이로 구설에 올랐다. 먼저 닛산은 2014년 2월부터 11월까지 판매한 인피니티 Q50 2.2d의 연비를 실제와 다르게 표시해 광고했다. 실 공인연비는 14.6㎞/L에 불과했지만 닛산은 15.1㎞/L로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했다. 또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판매한 캐시카이의 경우 EGR 작동에 차등을 두는 임의설정이 적발돼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닛산코리아와 닛산 본사에 9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도요타는 안전도 평가를 과장해 한국 소비자를 속였다. 도요타는 2015~2016년식 RAV4(라브4)를 국내에 내놓으면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최고안전차' 선정을 부각해 광고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미국 시판 제품에는 안전 보강재를 장착해 해당 검사를 통과한 반면 한국 판매 제품에는 보강재를 빼고 팔면서도 '최고안전 차'라고 광고했다. 공정위는 도요타에 8억1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여전히 디젤 게이트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새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 등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인증을 마친 일부 제품에 대한 판매를 재개하며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대규모 할인행사 속에 '상시 할인 차'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수년에 걸쳐 폭발적으로 성장한 수입차 업계는 안전과 환경 이슈, 법적 분쟁과 허위·과장 광고 등 도덕적 해이, 판매 보전을 위한 대규모 할인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요란한 빈수레'로 전락한 수입차 업계가 지금까지와 같은 폭발적 성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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