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일본 독주체제 속 미국 독일 '후발주자'
수소, 천연가스나 원유 부산물 활용 생산
미생물-태양광-원자력 등 다양한 수소 생산 방법 모색
영화 '오블리언' 속 주인공이 미래 핵심 에너지인 물을 채취하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스틸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수소를 선점하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미래 자동차로 주목 받고 있는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 최초로 상용 수소차인 넥쏘를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후발 업체들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야 한다. 특히 일본차 업계의 도전이 거세다. 수소차 그리고 그 핵심인 수소가 뭐길래 세계적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 확보에 사력을 다하는지 그 내막을 살펴봤다.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단연 현대차와 일본의 도요타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한다는 'FCEV 비전 2030'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연 1만1000대, 2022년까지 연 4만대, 2025년까지 연 13만대, 2030년까지 연 50만대의 수소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3000억원, 2022년까지 1조5000억원, 2025년까지 2조9000억원,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2030년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이 현실화되면 그에 따른 경제효과는 약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한국은행 차량용 취업유발계수 기준)는 약 2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vs 도요타, 수소차 양산 경쟁

현대차의 강력한 라이벌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해 5월 수소연료전지차 핵심부품인 연료전지 스택과 고압수소탱크 생산설비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수소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 도요타 시에 있는 본사공장 부지에 수소연료전지 대량생산 설비를 설립하고 미요시 하산 공장에 수소탱크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새 생산라인은 2020년 가동될 전망이며 도요타는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자사의 수소차 브랜드 미라이 등 수소전기차와 수소버스 등을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반면 후발주자인 독일과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파트너십 구축으로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열세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BMW는 도요타와 GM은 혼다, 폭스바겐·아우디는 현대차의 도움을 받고 있다.

다임러의 경우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내년 다임러는 GLC 수소전기차, 폭스바겐은 파사트·골프 기반의 수소전기차, 아우디는 H-Tron 등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BMW와 GM 역시 내년까지는 수소전기차 양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수소는 어떻게 만들까

수소차의 경쟁력은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수소는 1개의 양성자와 1개의 전자로 이뤄졌다. 가장 간단한 원소인 수소가 지구의 경제와 환경,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로 주목 받고 있다.

수소가 물과 같이 자연상태에 홀로 존재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수소는 항상 산소나 탄소 등과 결합하면서 1g당 2만8680cal의 열을 낸다.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수소 생산방법은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의 수증기 개질법이다. 니켈 촉매제를 활용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분해한 뒤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이렇게 생산하는 수소가 연간 5000만t에 이른다.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물에 1.75V 이상의 전류를 흘려 양극에서 수소가 음극에서 산소가 발생하도록 하는 전기분해법도 널리 쓰인다. 석탄의 가스화 공정이나 원유의 정제과정, 황산·취화철 화학공정 등에서도 수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수소 생산 중 48%가 천연가스로 생산되며 30%는 석유제품, 18%는 석탄, 나머지 4%가 물의 전기분해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천연가스나 원유 부산물을 이용해 얻은 수소는 원료 가격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 물을 분해할 때 화석연료를 쓴다면 환경에 악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물론 미생물이 태양광으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기술도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석유·화학업이 발달한 한국의 특성상 부생수소를 얻기 쉽다. 국내 수소 생산량 약 164만t의 95%가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에서 이뤄지는 나프타 크래킹 공정에서 생산된다. 기존 제조 과정에서 얻은 수소로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kg당 수소 가격이 1만원선인데 반해 울산 수소 충전소 기준으로 우리의 수소 가격은 kg당 5000원대로 절반 수준이다.

수소 에너지의 장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페이지

◆'원유 부산물→신재생으로' 생산방식 변화 절실

하지만 천연가스나 원유 부산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은 한계가 있다. 언젠가 수소 생산이 급감하는 '수소 절벽'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은 태양력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수소 생산 방법을 고민 중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북유럽 역시 풍력이나 지열, 태양열로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형이나 면적의 한계로 대체에너지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예컨대 풍력으로 우리나라 전략 소비량인 30GW를 감당하려면 1만㎢의 면적이 필요하다. 경기도 크기의 풍력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일 여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수송이나 산업용 에너지까지 충당하려면 면적은 몇배나 더 커진다. 이미 다목적댐을 이용한 수력 발전도 한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 있는 온천수의 온도로는 지열발전소를 세운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최근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은 초고온 가스로를 개발하고 있다. 원자력으로 고온의 열을 낸 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원자력 수소는 천연자원 없이도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핵확산이나 안전성, 방사성 폐기물 등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수소 연료 에너지 시대는 속도를 내고 있다. SF 영화 '오블리언'처럼 물과 태양광 만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일이 일상이 되는 시기가 머지 않아 도래하는 셈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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