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리 합금 ‘유기’ 뛰어난 살균 효과 증명…살균력, 스테인리스 용기보다 월등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경 교수팀, 세 종류 금속의 살균 효과 비교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구리·유기로 만든 문손잡이가 스테인리스 재질의 문손잡이에 비해 유해세균 등 미생물을 죽이는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병실 문손잡이

구리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식수 살균과 환자 치료에 사용된 금속이다. 구리 78%·주석 22%가 섞인 합금인 유기는 국내 전통 식기의 재료로 널리 쓰였다. 스테인리스는 철·크롬·니켈 합금이다.

25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연구부원장 이해경 교수팀이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메티실린저항성 황색포도구균)·VREFM(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us faecium, 그람양성 구균 중 메티실린 내성)·MRPA(multidrug-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 다제내성녹농균 ) 등 항생제 내성(耐性)이 강한 세 종류의 유해세균을 대상으로 구리·유기·스테인리스 등 세 금속의 살균(殺菌) 능력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구리 용기에 MRSA 100㎖를 떨어뜨렸더니 3시간 경과 후부터 살균효과가 나타났다. 5시간 후엔 MRSA가 일체 검출되지 않았다. 유기 용기에 같은 양의 MRSA를 떨어뜨렸을 때는 4시간 지난 후부터 살균효과가 나타났고 6시간 후엔 MRSA가 불검출됐다.

스테인리스 용기에 같은 양의 MRSA를 떨어뜨렸을 때는 6일이 지나서야 살균 효과가 확인됐다. MRSA가 불검출된 것은 9일 뒤였다. 다른 두 항생제 내성균을 세 금속 용기에 각각 떨어뜨린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얻어졌다.

환자·의료인의 손은 병원 감염의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료인의 손이 접촉하는 문손잡이·수도꼭지·침대레일 등이 병원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국내 병원의 문손잡이 등은 대부분 스테일리스 재질”이라며 “선진국에선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해 병원 내 문 손잡이·수도꼭지·침대레일 등을 구리로 대체하는 방안을 오래 전부터 연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슨다는 것이 구리의 단점이다.

연구팀은 “구리 합금인 유기를 사용하면 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구리 합금이 구리와 비슷한 살균력을 가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금속 표면의 억제 효과)는 대한임상미생물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한편 최근 국내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신생아가 항생제 다제 내성균에 감염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2010∼2013년 새 국내 병원에서 분리된 황색 포도상구균의 73.3%가 항생제 내성이 강한 MRSA로 확인되는 등 항생제 내성균의 병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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