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코스피 상승세가 2주째 이어졌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뒀으나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다만 지수의 추세적 상승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통화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주 코스피 상승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미국 금리인상 경로 확인, 미·중 경기 부양책 등이 꼽힌다. 반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폐쇄) 장기화 우려, 글로벌 경기지표 악화 등이 지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는 2080~2200이다. 지난 25일 지수는 전주 대비 2.5% 오른 2177.73에 마감했다.

◆ 주요 기업 실적 부진에도 주가는 ‘강세’

코스피의 ‘1월 효과’에서 주목할 만 한 부분은 실적 우려가 컸던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반도체주(株)는 업황 악화 속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월 2일 연초 대비 15.5%, 23.1%나 올랐다. 현대차 역시 시장 예상대로 실적이 부진했으나 같은 기간 주가는 12.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을 둘러싼 불안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어닝 쇼크’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주가는 각 기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과 업황 전망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이미 예상했던 실적 부진을 반영하기 보다는 올해 하반기 기업 이익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라며 “일부 업종에선 올해 실적 최소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실적 악화의 바닥권에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는 시점은 올 1분기로 전망된다.

특히 실적 우려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당분간 국내증시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현대차의 사례처럼 예고된 악재를 확인하기보단 중장기 경영 전략과 실적 전망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약세장 속 반등)가 지속될 것”고 내다봤다.

◆ 대외 불확실성 여전…추세적 상승 기대하기 어려워

그럼에도 대외 불확실성 요소들이 해소되지 않아 국내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그간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경기 둔화 등이 완화돼야 국내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먼저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성명서를 통해 올 상반기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느냐 여부다. 연준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입장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면 신흥국 증시 수급 환경을 악화시키는 달러 강세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30·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양국은 ‘90일 휴전’ 마감 시한인 오는 3월 1일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적재산권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가 어려워졌다. 올해 들어 무역협상 기대감이 국내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을 고려하면 협상 과정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증시 수급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선 연구원은 “신흥국에 추가 자금이 유입되려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과 미·중 무역분쟁 우려 완화라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조건이 충족된다면 무역분쟁 휴전 전까지 국내증시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주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을 비롯해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지수, 중국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 발표된다. 이들 주요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기 전망이 달라지면서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병연 연구원은 “코스피는 1월 FOMC에서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과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 결과에 안도할 수 있지만 경제지표를 통해 경기심리 악화를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와 기업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안도랠리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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