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시저스킥] 아시안컵 손흥민의 체력 고갈, 이승우의 '물병 논란'이 남긴 것
[박종민의 시저스킥] 아시안컵 손흥민의 체력 고갈, 이승우의 '물병 논란'이 남긴 것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1.2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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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ㆍ이승우, 아시안컵에서 각각 '비판 여론' 경험
완성형 선수가 돼가는 과정에서의 성장통
손흥민(왼쪽)과 이승우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각각 비판에 휩싸였다. /KFA 제공
손흥민(왼쪽)과 이승우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각각 비판에 휩싸였다. /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손흥민(27ㆍ토트넘 홋스퍼)이 점점 잘생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과거 대한축구협회(KFA)의 한 관계자에게 이렇게 농을 건넨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기자의 말에 “점점 잘 하니깐 더 잘생겨 보이는 게 아닐까요?”라고 웃으며 받아 쳤다. 그럴 수 있다. 때로 선입견은 무섭다. 국민 개그맨 유재석(47)이 온라인상에서 ‘사회가 만든 미남’이라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손흥민은 지난 25일(이하 한국 시각)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와 8강전(0-1) 패배 직후 ‘병장 축구’를 했다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느려진 발, 무뎌진 공격 움직임은 잘 하던 평소 그의 모습과 달랐다. 물론 무득점이라는 부진한 개인 기록 탓일 수 있다. 그는 경기 후 “체력적으로 지쳤다”며 "이런 경기력을 보여 동료들과 코치진, 팬들께 실망을 안겨 드렸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내가 관리를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승부욕은 축구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21ㆍ엘라스 베로나)에게 불거진 이른바 ‘물병 논란’의 원조는 사실 손흥민이었다. 이승우는 앞서 16일 중국과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2-0 승)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주위에 있던 물병과 수건을 걷어차며 불만을 표해 논란에 휩싸였다.

손흥민이 물병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 2016년 9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과 1차전이었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65) 당시 대표팀 감독이 교체 지시를 하자 벤치로 들어오면서 그라운드에 놓인 물병을 발로 걷어찼다. 손흥민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2-0 승)에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3)의 공을 가로챈 주세종(29ㆍ아산 무궁화)이 롱패스를 보내자 골문을 항해 50m를 전력 질주하며 골을 넣었던 장면은 ‘집념의 승리’로 표현돼 왔다. 그는 각종 A매치에서 패할 때면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특유의 울분에 찬 표정으로 강한 아쉬움을 보이기 일쑤였다.

승부욕과 같은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 인간 기질이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가는 길목인 8강전 팽팽하던 승부에서 승부욕이 강한 선수가 실제로 ‘병장 축구’를 했다면 그 원인은 역시나 체력 저하 정도밖에 없다. ‘정신적 지주’로 따르던 선배 기성용(30ㆍ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부재에다, 그 간 불거져 온 ‘혹사’로 피로가 누적돼 경기력 저하를 막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의 승부욕 역시 둘째 가라 하면 서럽다. 그는 훈련 중 기자들 앞에서 바나나를 벗겨 먹으며 웃을 만큼 천진난만하면서도 경기에 들어서면 눈빛부터 달라지고 거친 몸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물병 논란으로 지탄을 받았지만, 바레인과 16강(2-1 승) 연장전 2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에게 출전 기회를 달라는 ‘무언의 시위’였던 셈이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손흥민은 ‘체력이 곧 정신력’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승우는 승부욕의 지나친 표현이 프로 선수로서 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행동으로 악성 댓글에 시달린 손흥민과 이승우다. 하지만 ‘악성 댓글’은 하나의 채찍질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로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축구와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자세다. 자신에게 부족한 남은 퍼즐 조각을 하나 둘 맞춰 나가는 것, 그게 완성형 선수가 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