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들어선 비대면 계좌개설을 한 고객에게 무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났다. 또 해외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잇달아 해외주식 최소수수료 폐지에 나섰다.

증권사 수익 구조가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기업금융(IB)·자산관리(WM) 등으로 이동하면서 수수료 무료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여전히 위탁매매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들에선 수수료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주요 증권사,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오는 3월 말까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는 ‘영원히 0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금융투자 또한 오는 6월 말까지 비대면 계좌 또는 은행제휴 계좌(Slite)를 개설한 신규·휴면 고객에게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 평생 면제 이벤트를 진행한다. 앞서 NH투자증권은 모바일증권 브랜드 ‘나무’의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나무’의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 중 신규·휴면 고객이 대상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평생 무료 혜택은 아니지만 장기간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25년까지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상고객은 다음달 말까지 다이렉트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신규·휴면 고객이다.

KB증권은 비대면 계좌계설 앱을 통해 계좌를 만든 신규·휴면 고객에게 10년간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한국투자증권 오는 31일까지 신규고객 중 스마트폰 계좌개설 또는 뱅키스 다이렉트를 통해 주식계좌를 개설할 경우 5년간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키움증권 또한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국내주식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에겐 6개월간, 은행·영업점 계좌개설 고객에겐 3개월간 혜택이 제공된다.

◆ 해외주식까지 수수료 경쟁 확대

증권사 간 수수료 경쟁은 국내주식을 넘어 해외주식으로 확대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식 거래대금 규모는 325억7000만달러로 2017년 227억1400만달러 43.4% 늘었다.

그간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와 별도로 매매할 때마다 5~10달러 수준의 최소수수료를 부과해왔으나 지난해부터 고객 유치 차원에서 최소수수료를 폐지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해외주식 최소수수료를 없앴다. 키움증권도 미국주식에 대해 최소수수료를 폐지했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들어 미국·중국·홍콩·일본 등 4개국의 온·오프라인 최소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대신증권은 올해 해외증권계좌에 가입하는 신규 고객에게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 준다.

◆ 주식거래 플랫폼 차별성 부재…수수료 경쟁 심화

증권사 간 거래 수수료 경쟁이 심화된 이유로는 주식거래 플랫폼이 꼽힌다. 증권사마다 제공하는 주식거래 플랫폼 내 서비스가 비슷해지면서 고객을 유인할 만한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A증권사가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면 B증권사 역시 금세 따라하는 식이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이게 됐다.

다만 증권사의 수익 구조에 따라 수수료 무료 경쟁에 뛰어드는 입장이 달라진다. 수익 구조 상 리테일 외 IB·WM 등의 비중이 높을 경우 주식거래 수수료를 무료하거나 없애더라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일찌감치 수익 구조 다변화를 시도한 대형 증권사일수록 위탁매매 비중이 낮은 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전체 실적에서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이 증권사들은 은행이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듯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에겐 수수료 경쟁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급감한 가운데 수수료 무료 경쟁은 계속되고 있어서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앞세워 IB 부문 확대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감소를 상쇄할 수 있지만 위탁 매매 비중이 높은 소형 증권사일수록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아 수수료 정책에 실적이 좌우된다”며 “업계 추세대로 고객들에게 수수료 무료나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형 증권사보다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또한 “인지도가 높은 대형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에 발 벗고 나서면서 고객들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상 개인투자자에게 절대적인 수수료 비용이 크지 않지만 ‘평생 무료’ 같은 홍보에 고객들이 끌려간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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