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코스피가 새해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부각된 데다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등세가 이어지려면 대외 불확실성 요소가 더욱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 연휴로 거래일 기준 사흘(2월4~6일)을 포함해 길게는 닷새동안 국내 증시가 열리지 않고 오는 2월7일 개장하기에 이 기간중 대내외 변수가 어떻게 발생, 작동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연휴전 거래일 하루(2월1일)를 앞둔 투자자들 고민은 어느때 보다 깊을 수 밖에 없다. 설 연휴 전후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내외 여건 및 투자전략을 짚어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2204.85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1월 2일 연초(2010.00) 대비 9.7% 오른 수준이다.

◆ ‘비둘기’가 된 연준…위험자산 선호심리 지속

올 들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신흥국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달 3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2017년 3월(3조500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입장을 드러내면서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은 29·30일(현지시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성명서의 고정 문구였던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 문구를 삭제했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선 ‘인내심’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또 다른 긴축 방안이었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 역시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사실상 ‘매파(통화 긴축 선호)’에서 ‘비둘기’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변화에 환호했다.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06bp(1bp=0.01%포인트) 내린 2.6815%, 2년물 금리는 6.04bp 하락한 2.5161%를 나타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번 FOMC 회의 결과는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며 “금리동결과 더불어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단초를 제공했던 양적 긴축이 약화되면서 달러 유동성 긴축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 “미·중 무역협상 성과 없다면 악재 될 수도”

다만 아직까지 변수는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폐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완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나면서 다음달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미·중 무역협상, 셧다운 재개, 브렉시트 위험 등에 따른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3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 결과가 신흥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양국 고위관료들은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낙관론을 부추겼다. 그러나 양국이 지식재산권 등 핵심 의제에 대해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기소한 점도 이번 무역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국내증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협상 기간이 늘어나는 정도로 진행되더라도 추가 상승 동력(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 경기민감주(株) 강세 지속될 수 있어

이달 반등장에서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IT) 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31일 4만6150원에 거래를 마감, 1월 2일 연초 대비 19.1% 상승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이날 7만3900원에 장을 마치며 같은 기간 23.9% 올랐다.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연초 대비 17.5%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경기민감주의 상승 여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업종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단기적으론 이들 종목들의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허재환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경기민감주에서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며 “지나치게 고점을 예단하지 않는 선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또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라 지속될 경우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대형주는 패시브 자급 유입에 힘입어 중소형주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며 “다만 이익 모멘텀이 중소형주보다 약하므로 자금의 영향이 이어지는 3월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저효과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올 1분기 혹은 상반기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을 매수할 수 있다.

김예은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면서 저평가된 업종·종목을 매수하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다”며 “특히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조금 더 저렴할 때 매수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적 개선과 이벤트를 고려했을 때 운송, 기계, 필수소비재, 생활소비재, 미디어·엔터, 유통 업종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