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3승을 거둔 가운데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자율주행·금융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돼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 네오펙트, KEB하나은행, 기아자동차 제공. 이석인 기자

 

■ 자율주행차, 글로벌 인공지능 대전되나

인공지능 산업의 초석이 된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구글도 관심을 보이며 꾸준히 개발중인 자율주행차는 어느새 인공지능의 진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업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컨설팅사인 롤랜드버거는 2030년 자율주행차 시장이 최대 600억달러(한화 기준 약 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미래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가속 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도로 상황을 파악해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관련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HDA)을 비롯해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등 다양한 시스템들을 구현해야 한다. 특히 지역별로 도로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의 구축이 선행돼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앞서 테슬라 모터스와 구글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 들었고 포드, 제너럴 모터스(GM)도 시장 진입에 나섰다. 특히 구글은 2010년 일본산 차량에 카메라, GPS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해 자율주행차 초기 버전을 제작했다. 보완을 거듭한 끝에 2014년 시제품을 공개했으나 시범 가동 당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알파고의 수준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이다.

독일의 BMW도 전기차 i3에 자동주차 기술을 탑재하며 관련 분야 진출에 나선 모습이다. 4개의 레이저 스캐너를 통해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장애물과 충돌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벤츠도 자율주행 자동차 ‘F105'를 소개했으며 스웨덴의 볼보는 도로에 자석을 설치해 차량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도 2014년 5월 로봇공확과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한 앤드루 응 스탠포드대 교수를 수석과학자로 영입하는 등 관련 분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산업에 뛰어 들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 자율주행 중인 쏘울 EV 자율주행차. 기아자동차 제공

 

최근 기아자동차도 ‘CES 2016' 행사에서 첨단 자율주행차를 대거 선보이며 2020년 관련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혀 자율주행차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암 진단에 AI 활용…의료기술 연구 박차

최근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기계 학습은 앞으로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틀이 될 것”이라며 “알파고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을 만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의료진은 현재 암 등 주요 질병을 진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딥러닝(Deep Learning·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 기반의 분석 및 진단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 업체 뷰노(Vuno)와 제휴를 맺고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뷰노는 영상 자료를 분석해 폐암 등 환자의 질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AI ‘뷰노-메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뷰노-메드는 환자들의 의료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폐 질환 감염 여부를 빠르게 판단한다고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도 ‘루닛’과 협력을 맺고 유방암 조기 진단에 대한 연구를 추진중이다. 루닛은 카이스트(KAIST) 출신의 공학도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 판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네오펙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재활치료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 네오펙트 제공

 

네오펙트는 재활의료기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환자 스스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뇌졸중으로 팔 다리가 마비된 환자가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재활훈련을 하는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를 개발해 가정용 재활의료기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예견한 것처럼 의료 분야는 현재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분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기술의 진화로 곧 인공지능만으로도 정밀한 진단을 내리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고수익·편의 제공, 금융계 부는 인공지능 바람

금융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영역은 현재까지 투자와 편의 제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일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Cyber PB'(사이버 피비)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스템 활용에 나섰다. 사이버 피비는 고객이 직접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과 투자목적을 분석한다. 이후 1:1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한다.

▲ KEB하나은행이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 피비. KEB하나은행 제공

 

KB국민은행과 쿼터백투자자문이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은 대표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로봇을 뜻하는 ‘로보(Robo)’와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쿼터백 R-1은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6개 자산군과 77개 지역, 920조 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쿼터백 R-1은 일반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출시 2개월 만에 약 2%의 수익률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 계산하면 연이율이 12%대에 이르는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카드업계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편의 제공 서비스에 나섰다.

카드 승인 데이터를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고객의 카드 이용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후 적합한 혜택을 제공하는 '스마트 오퍼링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휴게소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여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주유 할인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도 자사의 빅데이터 기반의 상품설계 시스템 ‘코드9(Code9)'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3040 남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편의점, 이동통신비 할인을 제공하는 ’B.Big 카드‘가 대표적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올 초 ‘빅데이터 트렌드 연구소’를 출범해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컨설팅을 추진하는 중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자사의 ‘스마트 알고리즘’을 활용한 카드 회원의 소비 패턴 변화를 314개 변수로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성향을 도출해 7가지 숫자카드를 만들었다. 특히 '삼성카드5 V2'는 국내외 활용이 동시에 보장돼 호응을 얻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러닝머신 시스템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금융 상품들이 연이어 개발되고 있다”며 “소비 패턴에 따른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혜택을 제공하고, 고수익에 최적화된 투자 제시로 업계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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