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캐나다 쿼드리가, CEO 사망으로 가상화폐 1600억원 묶여
'탈중앙화' 가상화폐의 '중앙화' 거래소 비애
사기에서 사망까지…’CEO리스크’ 앓는 가상화폐 거래소/사진=트위터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회원들의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편취하고 횡령하는가 하면 CEO의 갑작스런 사망에 회원 보유 코인이 묶여버리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믿을 사람이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쿼드리가씨엑스(QuadrigaCX)는 최근 제럴드 코튼(30) CEO의 사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튼 CEO는 지병인 크론병 합병증으로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사망했다.

코튼 CEO는 보안 상의 이유로 거래소 보유 가상화폐의 대부분을 콜드월렛에 보관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지갑으로 해킹에서 안전하고,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빗 키가 있어야 가상화폐를 입·출금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지갑의 프라이빗 키를 유일하게 알고 있던 코튼 CEO가 사망했다는 점이다. 해당 지갑에는 쿼드리가 전체 보유 코인 1억9000만달러의 72%에 해당하는 1억3700만달러 상당의 가상화폐가 저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고객만 11만5000여명에 이른다.

쿼드리가 측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해당 사실을 공지하고 31일 채권자 보호를 신청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피해자 구제와 채무 상환을 위해 회사 매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평소 지병도 있었던 CEO가 가상화폐 프라이빗 키를 혼자만 알고 있었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쿼드리가 사태를 두고 ‘탈중앙화’를 모태로 한 가상화폐가 ‘중앙화’된 거래소를 거치며 생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의 대부분이 거래소를 통해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거래소 보안이나 CEO 리스크에 변수가 너무 많다”며 “탈중앙화라는 가상화폐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 사기·횡령·배임…의혹 끊이지 않는 가상화폐 거래소

사기와 횡령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겪은 가장 흔한 CEO 리스크 중 하나다. 지난달 13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미드 대표 최모씨가 사전자기록 등 위작, 사기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최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다수의 거래소 차명계정을 통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와 원화 포인트를 허위로 충전했다. 또 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허위매물을 만들어내 거래량을 부풀렸고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재판부는 최 대표가 거래소 보유 비트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이체한 것도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 대표 김모씨가 고객 돈을 빼돌려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산상 가상화폐가 있는 것처럼 속이는 이른바 ‘장부상 거래’를 통해 45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허위로 거래시키는 과정에서 고객 예탁금 336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연이은 가상화폐 거래소 CEO 리스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신모씨는 “가상화폐 시장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자격미달 거래소들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며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규제안을 내놓거나 거래소 차원의 대책이라도 마련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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