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화학 3년 만에 업계 실적 1위 올라
글로벌 화학 기업 브랜드 가치서 4위
기초소재 업황 불황 속에 신사업 모색 활발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LG화학이 지난해 겹경사를 누렸다. 업황 불황 속에서 3년 만에 업계 실적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글로벌 화학기업 브랜드 가치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과 함께 4위를 차지했다.

올해 업계 다운사이클(하락주기)이 예상되는 가운데 구광모 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신학철 부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한 LG화학의 2019년 경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LG화학이 지난해 업황 불황 속에서 3년 만에 업계 실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구광모 그룹 회장(왼쪽)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수장에 자리한 신학철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LG그룹, LG화학 

◆ '업계 실적' 3년 만에 1위·'글로벌 화학 기업' 브랜드 가치 4위

LG화학은 업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초부터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이 지난해 실적(매출 28조1830억원·영업이익 2조2461억원)에서 '맞수' 롯데케미칼(매출 16조5450억원·영업이익 1조9686억원)을 따돌리고 3년 만에 업계 1위에 복귀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7%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23.3%로 줄었다. 전지부문에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으나 기초소재부문의 수요 부진 및 시황 둔화로 전사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유가 변동에 따른 제품가 하락 등으로 업계는 다운사이클에 들어섰으나 비(非)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끝에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특히 전지부문에서 분기 매출 첫 2조원을 넘어섰고, 자동차전지는 분기 기준 BEP(손익분기점)를 달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LG화학은 글로벌 화학기업 브랜드 가치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LG화학은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19년 10대 화학기업'에서 33억3800만달러(약 3조7540억원)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 받아 4위를 차지했다. '톱10' 가운데 가장 큰 성장폭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했다.  

◆ 구광모가 낙점한 신학철…"소재·부품 통찰력 보유, 신사업 기대감"

LG그룹의 모태 기업인 LG화학은 지난해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CEO(최고경영자)를 영입했다. 업계 '산증인'이라 불리는 박진수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올해부터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3M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던 신학철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인사 발표 이후 업계 안팎에서는 '파격'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구광모 그룹 회장의 '승부수'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번 인사는 구 회장의 적극적인 영입 의지로 진행됐다"는 LG화학 관계자의 말처럼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의 큰 기대 속에 자리를 옮겼다.

구 회장은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있고,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신 부회장을 낙점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 28조1830억원, 영업이익 2조2461억원을 기록해 '맞수' 롯데케미칼을 따돌리고 3년 만에 업계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사진=LG화학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최근 전기차 사업에 주력하고 있고 재료 사업에서 궁극적인 지향점은 경량화와 연비 개선"이라며 "신 부회장이 근무했던 3M과 LG화학의 공통점을 꼽자면 두 회사 모두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생산하고 지향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소재가 대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전부터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특히 올해 재료 사업에 특화된 3M 출신인 신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내부는 물론 업계 안팍에서도 신사업 쪽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 LG화학, 업황 불황 속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주력

국내 화학사들 모두 업계 다운사이클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신 부회장이 이끄는 LG화학은 기초소재, 전지부문 경쟁력 강화와 함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차량 경량화 소재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휘어지거나 접어지는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매물로 나온 글로벌 화학 기업인 독일 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인수와 투명 폴리아미드(PI) 필름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바스프 인수와 관련해 "사업전략 및 M&A(인수합병)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신사업 포트폴리오로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고 재료 사업의 궁극적 지향점은 차량을 가볍게 해 연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관련 경량화 사업에 적지 않은 관심이 있음을 뜻한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자동차 경량화 소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경량화 소재 시장은 2015년 708억달러(약 80조원)에서 연평균 8.57% 증가해 2020년에는 1068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꼽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LG화학은 투명 PI필름 사업 진출도 긍정 검토하고 있다.

투명 PI필름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강도가 세면서도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아 차세대 휴대용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주요 시장인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0만대에서 2022년에는 501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필름 사업은 이미 정보전자소재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었고, 노하우도 축적됐다"며 "투명 PI필름과 유사한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있어 시장 안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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