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대작은 흥행한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수 백 억 원대의 제작비, 톱스타 투입 영화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영화계는 새로운 콘텐츠를 향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 투자배급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선한 작품과 새 인재 발굴에 힘쓰는 중이다.

■ 늘어나는 저예산 콘텐츠 ‘왜?’

영화 '내안의 그놈'과 '극한직업'은 중·저예산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됐음에도 코미디에 충실한 영화로 사랑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TCO·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만 봐도 대작이 아니다. 올해 초 개봉해 뜨거운 사랑을 받은 ‘내안의 그놈’과 올해 첫 1000만 영화 ‘극한직업’ 모두 제작비 45~60억 원의 중·저예산 작품이다. 딱히 큰 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신박한 아이디어와 코미디에 충실한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내안의 그놈’은 TCO(주)더콘텐츠온이 메인 투자한 첫 한국영화다. TCO는 ‘라라랜드’ ‘너의 이름은.’등을 통해 주로 디지털 배급을 맡아왔다. 이후 ‘킬러의 보디가드’를 공동 배급하며 영화 사업에 진입했다. ‘내안의 그놈’ 흥행을 발판으로 진선규, 서예지 주연 ‘암전’의 투자배급을 맡는다. TCO의 경우 대규모 제작비가 아닌 탄탄하고 신선한 작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적게 투자해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면 해외 부가판권 및 VOD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배급사들도 마찬가지다. 암암리에 새로운 시나리오 개발과 감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시나리오 공모전과 신인 감독들과 협업을 통해 전형성을 탈피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개봉한 정우성, 김향기 주연의 ‘증인’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또 지난 해 개봉해 2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이장훈 감독, ‘보안관’(2017년) 김형주 감독 등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차례로 선보였다. NEW 역시 신인 감독 연출작 및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

롯데는 2017년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독립 영화 부문을 신설했다. 제 6회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 독립 영화 부문 수상작인 영화 ‘샘’은 2018년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개봉했다. 또 올해 4월에는 7회 독립영화 부문 수상작인 ‘뷰티풀 마인드’를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배급사에서 내부적인 진행을 통해 중·저예산 작품 확보에 눈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 CJ ENM 오펜, 신인작가 육성..글로벌 확장까지

지난 13일 여의도 CGV에서 CJ ENM 오펜 영화 작가 10인의 피칭행사 '오 피치'가 열렸다. CJ ENM 제공.

CJ ENM은 드라마·영화 신인작가의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인 오펜(O‘PEN)을 지난해부터 실시해왔다. 2020년까지 총 200억 원을 투자해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 창작 공간과 데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영화의 경우 신인작가 모집부터 시나리오 기획 개발 등을 지원한다.

지난 13일 여의도 CGV에서 열린 시나리오 피칭행사 ‘오피치(O'PITCH)’에는 6월 오펜 2기로 선발된 신인 영화작가 10인이 영화 투자?제작 관계자 300여명을 만났다. 오펜 관계자는 “지난 해 대비 약 1.5배 증가한 총 126건의 미팅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인 작가들의 지원을 돕되 저작권이 우리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인재 육성이 목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인 발굴 및 인재를 원하는 제작사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신인 육성과 개발에 눈 돌린 이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전 국내에서 인지도가 1%에 불과했으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현재까지 993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배급사들의 적극적인 신인 육성 및 새로운 콘텐츠 개발의 이유로 시장 환경의 변화를 꼽고 있다. 고액의 제작비가 흥행을 담보하는 시대는 지난 데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콘텐츠가 재미없으면 철저히 외면 받는 시대가 됐다”며 “독특하거나 새롭거나 재미있어야 관객들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상 밖 콘텐츠가 인기를 누린 점 역시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알리는 척도가 됐다. 누적 관객 수 993만 명을 돌파한 ‘보헤미안 랩소디’와 ‘완벽한 타인’ ‘극한직업’ 등은 모두 영화 관계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일궈냈다. 뻔하고 전형적인 작품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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