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굿모닝 아메리카' 출연 전 포토월에서 팬들과 인사하는 블랙핑크.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2016년 8월에 데뷔해 올해로 데뷔 4년차에 접어든 블랙핑크. 싱글 세 장과 미니앨범 1장을 발표, 고작 9개의 오리지널 곡을 가졌을 뿐이지만 인기는 9장의 앨범을 낸 가수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정복 이후 K팝은 팝 주류 시장에서도 주목 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방탄소년단에 이은 블랙핑크의 도약은 K팝의 선전이 깜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을 기대하게 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블랙핑크 신드롬'이 펼쳐지고 있다.

■ MV 조회수로 신기록 행진

'블랙핑크 신드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가 뮤직비디오 조회수다. 블랙핑크는 지난 달 13일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로 유튜브에서 조회수 6억 건을 넘겼다. '뚜두뚜두'가 발표된 건 지난 해 6월 15일. 공개된 지 약 7개월 만에 6억 뷰란 대기록을 쓴 것이다. 이는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K팝 그룹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는 K팝 걸 그룹 사상 역대 최단 시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2억 뷰 돌파 시점부터는 3억 뷰, 4억 뷰, 5억 뷰, 6억 뷰까지 K팝 사상 최단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며 신기록 행진을 펼쳤다.

'솔로' 1억 뷰 돌파를 기념해 YG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축전.

블랙핑크는 데뷔 이래 공개한 모든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1억 뷰 돌파 대열에 올려놨다. '뚜두뚜두'에 이어 '마지막처럼'과 데뷔 곡인 '붐바야'는 유튜브에서 5억 조회수를 넘어섰으며, '불장난'과 '휘파람'은 3억 뷰, '스테이'는 1억 뷰를 기록하고 있다.

멤버 제니가 지난 해 11월 솔로 데뷔를 하며 발표한 노래 '솔로' 역시 공개 23일 만인 지난 해 12월 6일 1억 뷰를 넘으며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사상 최단 기록을 경신했고, 그 후 다시 2달 여 만인 지난 10일 2억 뷰의 벽까지 넘었다. 한국 여성 솔로 사상 첫 기록이다.

1,900만 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블랙핑크는 유튜브에서 최다 구독자를 보유한 K팝 그룹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지난 해 8월 유튜브에서 K팝 걸 그룹 최초로 다이아몬드 크리에이터 상을 받기도 했다.

■ 논란이 증명하는 인기

무관심보다 악플이란 말이 있듯이 인기가 있어야 논란도 있는 법이다. 무대가 성의없다는 지적부터 불화, 인종차별까지 블랙핑크는 인기를 키워오며 꾸준히 논란에 휩싸였다.

첫 논란은 제니의 무대 태도에서 비롯됐다. 일부 외국 팬들이 '제니가 게을러졌다(Jennie being lazy)'고 주장하며 이 같은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등 SNS에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다소 성의가 없어보이는 제니의 동작에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국내에까지 논란의 불씨가 번졌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 제니, 지수, 리사(왼쪽부터).

또 다른 멤버인 리사는 인종차별과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달 한 누리꾼이 온라인 게시판에 리사에 대해 "화장하면 완전 러시아 엘프 미녀 느낌인데 머리 어둡게하고 화장 지우니 그냥 태국 여자"라고 쓴 글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다. 리사의 고향인 태국에서는 이 일을 방송에서까지 다뤘고, 태국을 비롯한 많은 동남아시아 팬들을 분노케 했다. 리사와 같은 나라 출신인 갓세븐의 뱀뱀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태국 현지에서 받기도 했다. 그는 "리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내게도 비슷한 게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누리꾼의 댓글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논란은 평소 블랙핑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서 리사를 차별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팬들은 YG엔터테인먼트가 제니의 백댄서 의상을 리사에게 입혔다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리사가 차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초록색 장갑과 바지, 핫핑크 싸이하이 부츠 등 유독 리사가 난해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며 SNS에서 #리사를존중하라(respectlisa)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발한 논란은 불화설이다. 지난 11일은 로제의 생일이었는데, 블랙핑크 멤버들이 아무도 인스타그램에 축하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블랙핑크 멤버들은 미국에서 토크 쇼를 촬영하고 있었다. 며칠 뒤 로제는 리사와 생일을 맞아 저녁을 함께 먹는 사진을 올리며 불화설을 불식시켰다.

CBS '레이트 쇼'에서 공연 펼치고 있는 블랙핑크.

■ 동남아시아 넘어 미국까지

태국 출신 멤버 리사를 보유한 블랙핑크는 데뷔 초부터 동남아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블랙핑크 인기는 '신드롬급'이다.

블랙핑크는 데뷔 4년 차에 한국,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대만, 미국 등 세계 전역을 돌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태국 콘서트는 티켓 오픈 1시간 여 만에 전석 매진됐으며, 이달 초 열린 필리핀 마닐리 콘서트 때는 블랙핑크의 등장에 공항이 차로마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돼 활주로 방향의 출구에서 공항을 빠져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이들은 ABC '굿모닝 아메리카', '스트라한 앤드 사라', CBS '레이트 쇼' 등 굵직한 토크쇼들에 출연하며 미국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K팝 아이돌 가운데 최초로 오는 4월 12일과 19일에 열리는 미국 최대의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를 기념해 오는 4월 17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시카고, 해밀턴, 뉴어크, 애틀랜타, 포트워스 등 6개 도시를 도는 북미 투어를 진행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미국 활동을 위해 지난 해 10월 유니버설 뮤직의 대표 레이블 가운데 하나인 인터스코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이에 힘입어 이들은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유미버설 뮤딕 그룹의 '그래미 아티스트 쇼케이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 '뚜두뚜두'로 세운 빌보드 200 40위, 핫 100 55위는 K팝 걸 그룹 최고의 기록이기도 하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회장은 "1996년에 데뷔한 5인조 여성 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마지막으로 기억될 만큼 지난 십 수년 간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 있는 걸 그룹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은 블랙핑크에게 블루오션과 같은 시장이라고 본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또 "유니버설 뮤직과 인터스코프 레코드사의 지원으로 유명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라디오, 잡지, 신문 등에서 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북미 지역에서의 활발한 활동도 예고했다.

사진=ABC, YG엔터테인먼트, CBS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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