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김종갑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송진현] 가령 서울 가락시장 등에서 도매로 야채를 구입한 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소매상을 하는 자영업자가 있다고 치자. 이 자영업자가 야채를 원가 이하로 계속 팔 경우 망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선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결코 벌어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 기업들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한국전력은 최근 이런 악순환에 빠져 좀처럼 적자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3분기에 4318억원의 천문학적인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이 이 같은 손실을 낸 데는 무엇보다 발전원가가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전의 전력 구입비는 25조7,600억원으로 그 직전해보다 1조9,900여억원 증가했다. 여기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아 발전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원전 비율이 줄고 발전 단가가 높은 LNG 발전비율이 높아진 원인 등이 작용했다.

민간기업이라면 당장 전기 요금을 올렸겠지만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요금체계의 통제를 받는 한전은 마음대로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는 처지다. 그러다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김종갑 사장이 지난달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은 안 오르는 상태에서 연료값과 정책비용은 계속 올랐고 원자력 발전 가동률이 낮아져 어려운 여건"이라며 전기요금 개편을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김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페북에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두부 가격을 올리지 않았더니 상품 가격이 원료 값보다 싸졌다"고 현재의 한국 전력시장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부실화되면 이는 곧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전력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32.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정부가 18.20%의 지분율을 보유한 상태로, 산업은행 지분의 100%를 정부가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전력에 대한 정부 지분은 51.10%에 달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한국전력의 경영개선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김종갑 사장은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을 고려, “우리도 원가를 반영해 요금을 정상화하고 어려운 가구는 지금보다 지원을 확대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지않으면서도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존재한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석유가격이 오르고, 거꾸로 원유가격이 내리면 석유가격도 내린다. 가장 기초적인 이같은 경제 원리가 한국전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의 전기요금(주택용 기준)은 1MWh당 109달러(2017년 기준)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57달러보다 낮기도 하다.

국민기업 한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 김종갑 사장의 전기요금 개편론에 진지하게 귀 기울일 때다. <한스경제 편집인 겸 대기자>

송진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