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괄도네넴띤·별뽀빠이·치토스·돌아온썬, 모든 세대 아우르는 감성에 인기 ↑
'뉴트로' 열풍, 식품 넘어 패션·IT·가요계까지 확대
팔도 비비면 35주년 한정판 '괄도 네넴띤'과 1990년대 초 단종된 농심 '해피라면'. /팔도, 농심

중장년층에는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가 식품업계를 흔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70~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상품들이 다시 시장에 나오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팔도는 비빔면 35주년 한정판인 ‘괄도 네넴띤’을 19일 선보였다. 명확한 뜻을 알기 힘든 ‘네넴띤’은 이날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괄도 네넴띤’이란 10~20대들이 기존 비빔면을 부르는 신조어다. 비슷한 단어로는 띵곡(명곡), 띵작(명작), 롬곡(눈물을 뒤집은 단어), 커엽다(귀엽다), 댕댕이(멍멍이)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핵인싸’(크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의 합성어) 용어나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단어로 바꿔 표기한 인터넷 용어)이라고 한다.

팔도 측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재미로 쓰는 표현이 회사의 슬로건(색다른 즐거움)에 부합해 상품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장지는 최근 유행인 ‘뉴트로’를 적용해 젊은 사람들은 물론 기존 비빔면을 좋아하는 세대의 눈길을 끌도록 했다. 게다가 매운맛을 즐기는 취향을 반영해 할라피뇨 분말과 홍고추를 넣어 오리지널보다 5배가량 맵게 만들었다.

농심은 ‘뉴트로’ 제품 해피라면을 다음주 출시한다. 개당 소비자가격은 700원으로 경쟁사 오뚜기의 진라면(750원)보다 50원 저렴하다.

해피라면은 지난 1982년 출시돼 1990년대 초 단종됐다. 신라면이 간판 브랜드로 등극하기 전 회사의 주력 품목이었다. 앞서 농심은 1999년부터 판매하다 2011년 생산을 중단했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을 2016년에 다시 내놓은 바 있다.

삼양식품은 또 국민 과자 ‘별뽀빠이’ 47주년을 맞아 ‘레트로 별뽀빠이’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1980년대 당시 사용했던 삼양식품 로고와 서체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제과 역시 지난해 ‘치토스 콘스프맛’을 출시하면서 1990년 판매 당시에 쓰인 포장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했다. 파란색 포장에 캐릭터 ‘체스터’를 넣어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삼양식품 '레트로 별뽀빠이'와 '치토스 콘스프맛'. /삼양식품, 롯데제과

SPC삼립은 1984년과 1989년에 각각 출시했던 ‘우카빵’과 ‘떡방아빵’를 현대적 감각을 더해 다시 내놓았다.

‘우카빵’은 빵 속에 우유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제품으로, 이번엔 크림을 추가해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을 끌어올렸다. ‘떡방아빵’은 빵 안에 찹쌀떡을 통째로 넣어 쫀득한 식감을 극대화했다.

이밖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과거 홍보를 위해 제작된 컵을 재현한 ‘서울우유 밀크홀 1937 레트로컵’ 3종을, 남양유업의 초창기 제품 ‘3.4우유맛 스틱’ 등도 눈길을 끈다.

뉴트로에 대한 젊은층의 반응도 뜨겁다. CU가 1980년대 음료 ‘따봉’을 리메이크해 출시된 ‘따봉 제주감귤’의 경우 지난해 매출 중 약 48%가 20~30대에서 발생했다. 막대 얼음에 과일 맛을 첨가한 ‘HEYROO 아이스께끼’ 역시 매출 중 42.7%가 30대 이하의 젊은 소비자들 주머니에서 나왔다.

아울러 2016년 1월 공장화재로 단종됐던 오리온의 ‘태양의 맛 썬’은 지난해 4월 ‘돌아온 썬’으로 재출시됐다. 이 제품은 출시 4개월 만에 1000만봉이 팔렸다. 매출로는 95억원에 달하며, 생산이 중단된 3년 전에 비해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년층에 익숙한 뉴트로 제품은 옛 것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온다”며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식품뿐 아니라 패션, IT, 가요계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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