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압수수색, 매출급감, 강성노조…내우외환 현대차, 출구는 어디에

주가-매출-수익 동반 하락

노사관계-지배구조 개선 등 난제 산적

가격-성능 갖춘 신차 효과에 부진 탈출 기대감도 커져

가격-성능 갖춘 신차 효과에 부진 탈출 기대감도 커져
검찰은 20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11만9000원.'

20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 주식은 오전 상승세를 모조리 반납하고 전일 대비 500원 하락한 11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내 품질본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문서와 전산자료 확보에 나섰다. 2017년 현대차그룹이 세타2 엔진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 제기된 지 2년여 만에 수사를 재개하며 전격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현대차 주가는 2012년 5월 27만원을 넘어섰지만 2018년 11월 10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흥행에 힘입어 상승반전했다. 하지만 세타2 엔진의 결함 은폐 의혹과 검찰 수사가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현대차 주가는 내우외환에 빠진 그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중순 첫 소형 SUV 코나를 선보이며 뒤늦게 소형 SUV 시장에 진출했다. 연합뉴스

 ◆위기의 시작

현대차의 하향세는 2~3년 전부터 징조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SUV의 파괴력을 간과한 게 컸다.
현대차는 SUV 선호도가 높아지던 2017년 미국시장에서 뼈 아픈 경험을 했다. 그 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9만대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세단은 무려 21%나 감소했다. 반면 SUV는 12% 늘었다.

차종별로 보면 주력 모델인 쏘나타의 판매가 34%나 급감한 반면 투싼은 28% 늘었다. 시장의 선호가 세단에서 SUV로 옮겨 갔지만 현대차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팔리지 않는 세단을 팔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했고, 그 결과 2017년 현대차 미국 법인은 87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그 전까지 승승장구하며 세계 5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지만 전략의 실패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이후 현대차는 부랴부랴 2017년 중순 소형 SUV 코나를 출시했다. 코나 출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소형 SUV 시장 진입이 늦은 건 사실"이라며 전략적 실패를 인정했다.

그나마 미국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현대차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과 비교해 판매가 31%나 줄었다. 2013년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중 가장 성공적으로 중국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사드 후폭풍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현대차보다 훨씬 싼 가격의 SUV를 쏟아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 바오쥔510이 1300만 원선인데 비해 코나는 1800만원 수준이다. 500만 원의 격차는 현대차의 입지를 더욱 좁게 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불어 닥친 고급화 바람에도 편승하지 못했다. 중국 고급차 시장의 70%는 벤츠와 BMW, 아우디가 차지했다.

경직된 노사관계 등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연합뉴스

◆산 넘어 산, 산적한 난제

현대차의 반전 카드는 고성능 브랜드 'N'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였다. 여기에 수소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친환경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경영의 무게 중심을 '잘 만드는 것'에서 '잘 파는 것'으로 옮겼다. 단적으로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아닌 판매량을 실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목표를 전년도보다 낮게 잡은 것도 이런 현실적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대적인 전략 수정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량을 줄이면서 부품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경직된 노사관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약 15% 수준이다. 도요타의 7.8%, 폴크스바겐의 9.5%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인건비는 매년 오르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줄일 수 없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는 노조와 맺은 합의에 따리 차가 팔리지 않더라도 생산량을 낮출 수 없다. 노조와의 관계 재정립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 문제도 풀어야 할 실타래다. 그동안 순환출자는 부족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해줬지만, 앞으론 폐쇄적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의 끝, 출구는 어디에

객관적인 지표로 볼 때 현대차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 넘게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진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글로벌 저성장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5조6695억원, 영업이익 5011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5.4%나 급감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다섯 분기째 1조원 문턱을 넘지 못하며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였던 7917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위기를 끝낼 출구 전략은 없을까. 흥행 돌풍이라고 봐도 무방한 팰리세이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12월11일 출시 후 두 달 만에 누적 계약 대수 4만5000대를 기록했다. 4만5000대는 2017년 국내 대형 SUV 수요와 맞먹는다. 연간 내수 판매 목표 2만5000대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현대차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를 이달에 주문하면 하위 트림(익스클루시브)을 받기까지 평균 6개월 이상, 상위 트림(프레스티지)는 9~12개월이 걸린다.

팰리세이드의 인기 비결은 단연 가격과 성능이다. 팰리세이드의 가격은 3500만~4300만원대(3.8 가솔린), 3600만~4500만원대(2.2 디젤)다. 경쟁 차종은 물론 비슷한 가격대 대형 미니밴이나 그랜저 하이브리드, 제네시스의 수요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쓸만한 대형 SUV 부재로 흩어져 있던 수요가 팰리세이드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여기에 디자인, 공간성, 상품성, 주행 성능 등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성능도 한몫했다. 위기의 원인이었던 가격과 성능을 해결하자 ‘대박’이 난 것이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의 흥행만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엔 역부족이다.

시장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현대차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신차 판매가 늘면서 연이은 긍정적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 해 연간 영업이익률이 3.6%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팰리세이드에 이어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 등 신차 효과가 기대된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는 올해 경영 및 조직 시스템에 대대적 변화를 추진한다. 상반기 중 사업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권역본부 체제로 본격 전환할 예정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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