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사바하’,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에 대하여
[이런씨네] ‘사바하’,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에 대하여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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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2015년)로 무려 544만 관객을 동원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당시 국내 관객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오컬트 장르로 히트작을 내놓은 장 감독은 ‘사바하’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신흥 종교의 비리를 추적하는 목사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와 촘촘한 스토리가 돋보인다. 영생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나약함을 날카롭게 찌르며 신의 존재에 대해 되묻는다.

‘사바하’는 신흥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단체를 조사하면서 의문의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금화(이재인)와 나한(박정민)이 의문의 사건에 얽혀있다.

오프닝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 마을에서 굿을 펼치는 무당, ‘짐승과 살고 있다’는 금화(이재인)의 독백, 음습한 금화의 집이 연이어 스크린을 채운다. 또 기괴한 소리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의 등장을 예고한다. 박목사는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단체를 조사하며 나한과 계속 얽히게 되고 그들이 믿고 있는 ‘신’의 진실을 쫓게 된다.

영화 '사바하' 리뷰
영화 '사바하' 리뷰

‘사바하’는 “이야기가 주인공”이라는 장재현 감독의 말대로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맹목적인 믿음과 욕망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꼬집으며 관객에게 짙은 여운을 준다. 상징과 은유도 넘친다.

‘검은 사제들’이 천주교를 다뤘다면 ‘사바하’는 불교와 밀교, 무속신앙까지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악의 탄생부터 예언, 구원 등 종교적 개념이 이야기와 어우러진다.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박목사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할수록 캐릭터들의 연결고리가 베일을 벗는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박목사, 정한, 쌍둥이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구도가 꽤 흥미롭다.

다만 인물 한 명에 초점을 맞추는 전개가 아니다 보니 다소 지루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초반의 텐션이 후반까지 이어지지 않는 탓이다. 이야기에 몰입한 관객은 만족하겠지만, 캐릭터 중심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배우들의 새로운 연기는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복귀한 이정재는 박목사 역을 능청맞은 연기로 소화한다. 시종일관 진지한 성직자의 모습이 아닌 속물에 가까운 인물로 표현한다. 데뷔 후 가장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한 박정민은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금화와 ‘그것’으로 1인 2역을 소화한 이재인의 활약이 눈에 띈다. ‘검은 사제들’에 박소담이 있었다면, ‘사바하’에는 이재인이 있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2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