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걸 그룹 계에도 트렌드가 있다. 한 동안 레이스 장식과 플레어 스커트를 살랑살랑 흔들며 소녀스러운 매력을 어필하던 걸 그룹들이 점차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귀여움에서 섹시로 또 청순으로 바뀌던 걸 그룹의 트렌드가 걸크러시를 만났다. 2019년의 걸크러시는 강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우아한 이미지를 놓지 않는 게 포인트다.

■ 우아한 카리스마… 걸 그룹 新 공식

국내 걸 그룹 계에서 이런 걸크러시 트렌드를 주도한 그룹을 뽑자면 블랙핑크를 빼놓을 수 없다. '붐바야'와 '휘파람'으로 데뷔한 이들은 가녀린 외모와 대비되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가장 최근 발매한 노래 '뚜두뚜두'의 경우에는 안무에 총을 쏘는 듯한 동작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블랙핑크'라는 팀 명에 걸맞게 이들은 우아하고 어떤 면에선 소녀스럽기도 한 의상을 입고 센 퍼포먼스와 노래를 펼치며 반전 매력을 뽐냈다. 구찌, 샤넬 등 명품 패션 하우스의 아이템으로 치장, 겉보기엔 부잣집 아가씨들 같지만 노래가 시작되면 180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 이들의 매력이다.

그룹 (여자)아이들.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괴물 신인' (여자)아이들 역시 걸크러시를 주된 콘셉트로 하고 있다. 데뷔 곡 '라타타' 때부터 활동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멤버 소연은 (여자)아이들로 데뷔하기에 앞서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3'에 출연해 수준급 랩핑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방송 이후 약 2년 간 소연은 똑부러지는 소녀 래퍼에서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뮤지션으로 성장, (여자)아이들을 통해 한층 강화된 걸크러쉬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워커와 레이스, 총이 그려진 미니스커트, 곡선을 살린 안무 동작과 스모키한 메이크업 등의 믹스매치는 (여자)아이들의 걸크러시에 개성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트렌디한 EDM 사운드로 세련된 이미지도 놓치지 않고 있다.

■ 소녀의 변신은 무죄… 변화에 나선 걸 그룹

청순함과 귀여움을 어필하던 기존 그룹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몰라요'라는 노래로 데뷔, 이후 줄곧 국내 가요계에서 청순 걸 그룹의 대표주자로 활약했던 에이핑크는 지난 해 7월 발표한 '1도 없어' 때부터 할 말은 다 하는 당찬 이미지로 변신, 걸크러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1도 없어'에 이어 지난 달 공개된 '%%(응응)' 활동 때도 에이핑크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스타일링으로 자신들만의 청순 카리스마를 마음껏 뽐냈다.

청량한 사운드의 '와이 돈트 유 노', '러브 유' 등으로 사랑받은 아이오아이 출신 청하는 최근 다크한 매력을 탑재한 '벌써 12시' 활동을 마쳤다. 무대에서는 많은 걸 그룹들이 반짝반짝하는 글리터 의상과 메이크업을 하는데, 청하는 여기서 탈피해 매트한 질감의 립스틱과 어두운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룹 레드벨벳.

'행복'이라는 귀여운 콘셉트의 노래로 데뷔, '루키', '빨간맛' 같은 발랄한 곡으로 사랑받았던 레드벨벳 역시 최근엔 걸크러시한 면모를 많이 부각시켰다. 총을 쏘는 듯한 동작의 안무로 신선함을 줬던 '배드 보이'에 이어 '리얼리 배드 보이'의 앞글자를 딴 'RBB'에서는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를 길들이겠다는 강인한 태도를 보여줬다.

''할 말은 한다'는 걸크러시 콘셉트의 걸 그룹을 기획하고 있는 한 음반 제작자는 "청순 아니면 섹시로 양분화 돼 있던 걸 그룹들 사이에서 걸크러시 매력을 가진 그룹들이 대중에게 신선하게 비춰지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다양한 스타일의 K팝을 듣고자 하는 음원 소비자들의 욕구에 따라 앞으로 걸 그룹 시장에서 다양한 걸크러시 매력을 가진 그룹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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