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설업계, “주택사업을 더 꺼리는 단초 제공할 뿐” 회의적
‘로또 아파트’ 등 투기는 더 과열될 것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시항목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부동산에 낀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적정 분양가에 대해 ‘현미경 검증’이 시작되면서 분양가 인하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25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중순부터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원안 통과됐다.

택지비 항목에는 택지구입비, 기간이자 등 3개만 공개됐었는데 필요적 경비가 추가됐고, 3개였던 간접비 공개 항목에는 분담금 및 부담금, 보상비 등 3개 항이 추가됐다. 토목, 건축, 기계설비 등 5개 항목으로 구분했던 공사비도 세분화됐다. 토목 13개, 건축 23개, 기계설비 9개 등 총 51개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대우건설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를 방문한 내방객들. 사진은 지난달 분양한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 견본주택 모습으로,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대우건설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분양가격 공시 정보를 지난 2007년 9월 7개에서 61개 항목으로 확대했다가, 이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자 지난 2012년 3월 다시 12개로 축소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참여정부 때 수준으로 분양원가 공개제도가 사실상 복원됐다.

국토부는 분양 원가 공개 항목 확대로 과천, 하남, 성남 등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의 공공택지와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의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시 정보가 크게 늘어나면 세부 공개 항목을 다른 분양 아파트와 비교하거나 타당성을 검증하기가 쉬워져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건설사가 책정한 분양가는 분양원가와 적정 이윤의 합이 아닌 주변 시세에 맞춰 키를 높여나간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왔다. 분양가 세부 내역이 12개에 그쳐 제대로 된 분양가 검증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2007~2012년에도 분양가 인하 효과는 없었고 입주자와의 소송 등 갈등만 키웠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미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받고 있어 자칫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가 내용 검증이 어려운데다, 건축비도 줄여야 하니 아파트 전반적인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일시적으로 분양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더 꺼리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며 “주택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가 공개 뒤에도 ‘적정 가격’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세워질 것 같지는 않다”며 “입주자와의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건설협회 관계자는 원가 공개 후 낮은 가격에 분양된 아파트가 주변 시세에 맞춰 가격이 오르면 ‘로또 아파트’가 돼 오히려 집값을 견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미 정부의 각종 규제들로 건설사들이 분양에 있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공공물량, 더 나아가 민간물량까지 분양을 꺼릴 수 있다”며 “원가공개를 해서 분양가가 낮아져도 ‘로또 아파트’ 등 투기는 더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을 잡으려 원가공개를 시행해도 주택공급 감소와 로또청약으로 이어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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