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정가람이 데뷔 후 처음으로 좀비 연기에 도전했다. 코믹좀비가족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 쫑비로 분해 기존의 좀비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펼쳤다.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사랑스러운 좀비로 분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극 중 주유소집 막내딸 해걸(이수경)과 펼치는 러브라인 역시 한 편의 청춘로맨스를 보는 듯 풋풋하다. 친근하고 귀여운 좀비를 연기한 정가람은 “독특하고 예상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만족해했다.

대사도 거의 두 마디 뿐인데다 좀비인 설정이다.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독특한 시나리오인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없이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특이하지 않나. 연기하기 전에는 전혀 부담을 느끼지 못하다가 촬영 들어가기 직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외국에는 좀비영화가 참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부산행’이 다였다. ‘부산행’을 비롯해 ‘새벽의 저주’ ‘월드워z’ ‘워킹데드’ ‘웜 바디스’를 다 보면서 좀비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하지만 우리 영화와는 색이 많이 달랐다. 쫑비는 좀비인지 바보인지 분간이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진지하게 연기했다.”

-좀비 코미디라는 설정이 이해가 됐나.

“좀비라고 하면 물리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그런데 물리면 회춘한다는 기발한 생각이 너무 재미있었다. 좀비 자체가 실제 생활에 있는 게 아니다보니 영화적인 설정으로는 충분히 재미있게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수경과 러브라인을 연기했는데 호흡이 어땠나.

“처음 만났을 때는 굉장히 어색했다. 둘 다 말이 없어서 어쩔 줄 몰랐다. 특히 나 같은 경우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과 촬영한 적이 없어서 많이 조심스러웠다. 자주 만나서 대본 리딩을 하고 차 마시러 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해졌다. 촬영 하면서 더 편해졌는데, 둘 다 정지우 감독님과 호흡한 적이 있어서 더 편해졌던 것 같다. 그래도 양배추 밭에서 입을 맞는 신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했는데 그럴 때 정재영 선배가 많은 도움을 주셨다.”

-감정을 나누는 장면에서도 대사가 없다는 게 많이 힘들었겠다.

“대사는 ‘해걸’ ‘줄을 서시오’ 두 마디가 전부였다. 대사가 많은 것도 부담이겠지만 한 마디도 안 하다가 해걸을 부르는 게 더 고민됐던 것 같다. 게다가 감독님이 중요한 장면이라면서 겁을 줘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때 (김)남길 선배가 던진 말이 큰 도움이 됐다. ‘느낀 걸 생각하고 네가 마음이 가는 대로 말을 뱉으면 돼’라고 했다. 뭔가를 더 꾸미려고 할 필요도 없다고 했는데 내 고민에 대한 답이었다.”

-캐릭터의 설정 상 계속해서 양배추를 먹어야 했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양배추와 케첩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래도 밀가루를 많이 먹다가 양배추를 먹으니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긴 했다. (웃음) 양배추만 거의 100통을 먹었는데 나중에는 풀독이 올랐다. 이가 아프고 입도 부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었다.

-좀비 분장에도 꽤 많은 시간을 들였을 법한데.

“맞다. 얼굴이 건조한 상태에서 분장을 해야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로션도 못 바른 상태에서 분장을 하곤 했다. 붙이는 것도 어렵지만 떼는 게 더 힘들어보였다. 혼자서는 도저히 뗄 수 없었다. 분장을 떼는 데만 40~50분이 걸렸다.”

- ‘기묘한 가족’ 뿐 아니라 ‘4등’ ‘시인의 사랑’ 등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했다. 또래에 맞는 로맨스 연기도 욕심나지 않나.

“해보곤 싶지만 욕심을 내진 않는다. 어떤 장르든 대본이 좋으면 해보고 싶다. 아직 내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까. 좋은 게 있다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전에 대한 걱정은 없는 편이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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