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드라마 ‘싸인’(2011년) ‘시그널’(2016년) 등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은희 작가가 2011년부터 구상한 작품이었으나 수위 문제로 지상파에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작품이기도 하다. 2012년 만화 ‘버닝 헬-신의 나라’로 먼저 공개된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만나 ‘킹덤’으로 탄생됐다. 눈 먼 지도자, 배부른 고위 관료들, 가난에 허덕이는 민초들의 모습을 끔찍하고 적나라하게 담았다. 조선 좀비극 ‘킹덤’은 시즌 1 공개 전부터 시즌 2 제작을 확정하며 넷플릭스의 야심찬 기대작으로 꼽힌 바 있다. 넷플릭스의 기대에 부응하듯 ‘킹덤’은 공개와 동시에 시청자들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김은희 작가는 “떨리고 희한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 시청자 반응 외에 해외 시청자 반응도 찾아봤나.

“약간의 헤드라인 정도만 이해했다. 해외 시청자 분들의 반응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 이렇게 해석하신 분들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의 유교에 좀비를 접목해 독특하다는 평가가 있다.

“사실 이 이야기를 2011년부터 생각했다. 신체 절단, 훼손이 불가능한 유교사회에 좀비가 들어오면 참 아이러니하겠다싶었다. 계급사회의 느낌도 주고 싶었다. 좀비가 된 양반이 상민을 덮친다면 목을 자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원래 기획과 다르게 넷플릭스를 만나며 달라진 방향이나 흐름이 있나.

“넷플릭스랑 회의를 할 때 대본을 모두 공유하긴 했다. 나한테는 딱히 별 이야기가 없었다. 영어도 못하고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넷플릭스에 맞추고 싶어도 맞출 능력이 없다. 내가 잘 하는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이걸 하지 말라고 지시한 건 없었다. 물론 계약서를 보면 이런 조약도 있었나 싶을 때는 있다. 계약서만 무섭지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주지훈이 연기한 이창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나.

“리더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정치란 무엇인가’를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길 바랐다. ‘킹덤’ 시즌 2에서는 그 공감대를 점점 넓혀가지 않을까. 궁궐에서 책으로만 읽은 세상을 직접 보게 되는 리더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수위가 세고 잔인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도 잔인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싸인’에서는 부검 장면이 어쩔 수 없이 나오긴 했지만 최대한 그런 장면들을 안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킹덤’은 기획 자체가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다. 인육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좀비의 목이 잘릴 수밖에 없다. 조금만 참고 봐주셨으면 한다.”

-좀비의 끝없는 배고픔에서 백성들의 굶주림을 떠올려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좀비 사태는 굶주린 백성들이 좀비에 물린 시신의 인육을 먹으며 확산됐는데 이 역시 한계에 다다른 굶주림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나.

“비슷하다. ‘킹덤’으로 표현하고 싶은 배고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기득권의 권력을 더 가지지 못한 데서 오는 욕망에도 들어있다. 기득권의 권력욕과 민초들이 느끼는 진정한 배고픔, 또 좀비가 되면 왕부터 양반, 상인, 천민 할 것 없이 모두 이성을 잃고 식욕만 남는다. 똑같이 좀비가 되어 평등해진 여러 계급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서비로 분한 배두나의 연기가 아쉽다는 평가도 많은데.

“서비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 역시 표현이 안 된 이야기가 많다. 시즌 2를 보면 많은 설명이 있을 것이다. 배두나가 연기한 서비는 한양 출신이 아닌 지방의 투박한 의녀로 생각했다. 배두나 나름대로 캐릭터 해석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 ‘킹덤’ 시즌 1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마무리된다. 원래 8부작인데 시즌 2 때문에 6부에서 매듭을 지은 건가.

“하다 보니 더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가야 했다. 사실 내가 16부작에 익숙한 사람인데 넷플릭스는 회 당 50분미만의 콘텐츠를 선호한다. 정주행을 노리기 때문에 짧은 러닝타임을 선호한다더라. 6부가 맞겠다 싶어서 그렇게 끝낸 거다. 열심히 시즌 2를 만들고 있다. 언제 공개 되냐고? 시즌 1보다 빨리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올해 겨울쯤 되지 않을까싶다. 넷플릭스가 각국에 공개되다보니 후반 작업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넷플릭스를 만나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장면인가.

“인육을 먹는 장면이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권력에 대한 탐욕과 진짜 배고픔이 만나 역병이 만들어졌으면 했다. 인육을 먹는 장면은 꼭 들어갔으면 했는데 그게 가능한 플랫폼이 별로 없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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