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누군가는 반짝 스타라고 하고 누군가는 행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수련이 배우가 되겠다고 10여 년 간 몸 담았던 청와대 경호실을 떠날 때만 해도 누구도 그에게 이 같은 행운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전공도 아니었던 낯선 연기라는 필드에 들어와 맨 땅에 헤딩하듯 쌓아간 하루하루. 거짓말 같았던 SBS ‘황후의 품격’ 출연은 실은 이 같은 행운은 치열한 시간들이 쌓였기에 가능했다. 고급 바 사장부터 술집 종업원, 황실 직원까지 이수련은 자기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면면들을 끄집어내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이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나.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한 갈망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다. 작은아빠가 연기자여서 연기적인 걸 볼 기회도 많았고. ‘언젠간 나도 저렇게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릴 때만 해도 내겐 연기가 너무 특별한 것 같았다. 배우는 나와 다르게 태어나 다르게 길러진 사람들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엄두도 안 내고 살다 보니 경호실에 들어가 있더라. 여자를 처음 뽑을 때여서 그런 메리트가 있었다. 그렇게 10여 년 생활을 하다 보니 다음 미래를 그리게 됐다. ‘정년퇴직 하면 내 나이가 몇이겠구나’, ‘난 앞으로 어떻게 살겠구나’ 그런 것들에 대한 대답이 너무 선명하게 그려지니까 재미가 없는 거다. 남은 삶을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고민을 하다가 연기에 도전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연기를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다. 걱정되진 않았나.

“김태희, 전지현 이런 분들하고 동갑인데,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그 분들 같은 스타가 되고 싶단 마음은 없었다. 그냥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원하는 게 이런 거라면 못 할 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다. (웃음)”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들도 걱정을 많이 했고 전 직장 동료들도 우려를 많이 했다. ‘이 아까운 걸 왜 그만두고 나가냐’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나도 한 번도 연기를 못 해 보고 좌절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까지 했다. 모든 게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별로 걱정 안 했던 것 같다. 연기자가 못 되더라도 나 한 몸은 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힘이 세니까 뭐든 못 하겠나. 용병으로 나가도 되고 사설 경호원으로 일을 해도 되고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해도 되는 거고. 무엇보다 나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했던 일들을 다 버리고 나가는 게 아니라 가지고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10년을 그렇게 치열하게 보냈는데 무슨 일은 못 하겠나 싶더라.”

-‘황후의 품격’이란 작품은 어떻게 만나게 됐다.

“오디션 봤다. 탄현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러고 며칠 뒤 연락이 와서 촬영감독, 주동민 PD 등과 미팅을 가졌다. 최 팀장이라는 역에 내가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라.”

-워낙 인기 있는 작품을 많이 한 PD와 작가의 작품이다. 놀랐을 것 같다.

“그렇게 캐스팅 되는 일이 드물지 않나. 정말 놀랐다.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 나중에 말 바꾸시는 거 아니죠?’라고 몇 번을 물었다. ‘아마 바뀌진 않을 겁니다’라고 하시기에 ‘그럼 저 부모님한테 말씀드려요’라고 재차 확인을 했다. 부모님이 김순옥 작가의 열혈 팬이다.”

-방송 내내 가족들도 많이 좋아했을 것 같다.

“처음에 캐스팅 됐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내게 ‘그 드라마에서 널 왜 써?’라고 물어봤다. (웃음) 캐릭터 분석도 부모님이 같이 해 줬고, 방송 내내 모니터링도 열심히 해 줬다.”

-신은경과 남다른 호흡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정말 장난기 많은 선배다. 워낙 극에서 신은경 선배가 맡은 태후를 배신하는 사람이 많았잖나. 그래서 선배가 내게 자주 ‘나는 너까지 배신하면 정말 너무 충격이 클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선배는 개인 대기실이 있음에도 다 같이 쓰는 대기실에 앉아서 다른 배우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어떻게 하면 장면이 더 재미있게 나올지도 늘 고민했다. 덕분에 나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나.

“정말 나인지 사람들이 못 알아볼만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변화를 많이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공포스러울만큼 악랄한 캐릭터도 좋고 망가지는 것도 좋다. 영화 ‘나를 찾아줘’ 같은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 같다.”

-액션도 가능하지 않겠나.

“물론이다. (웃음) 영화 ‘아저씨’의 아줌마 버전은 어떨까. ‘나 옆집 사는 아줌만데’ 이러면서 액션을 하는 거다. 그림 같은 액션도 좋지만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된 액션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계속 주어지는 자리에서 열심히 할 거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 살아서 할 수 있는 걸 꼽자면 사하라 사막 횡단 마라톤 정도다. 몸이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워낙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도 꾸준히 하고 싶다.”

사진=소속사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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