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기아차 중국 실적 부진에 공장 중단
역성장 중국에서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중국 내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판매량이 쪼그라들자 가동률이 저조한 공장의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 2017년 불어 닥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 보복 여파로 중국에서 맥을 못 췄다는 평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 시장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사옥/사진=연합뉴스

11일 기아차에 따르면 회사는 생산 효율화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1공장의 생산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37만대에 그쳤고 가동률은 40%대에 머물렀다.

앞서 현대자동차 역시 ‘셧다운’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의 판매액을 올렸었지만 2017년 판매량이 78만5000대로 줄었고 지난해 판매량도 79만대 수준에 그쳤다. 이에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베이징 1공장의 생산을 이르면 5월 중단하기로 했다.

◆'가성비’에 밀리고 ‘기술 격차’는 턱 밑까지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2017년 3월 사드 갈등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며 중국 내 위기론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는 기폭제로 작용했을 뿐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전략이 빗나가며 판매량 부진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에 밀리며 경쟁 지위가 흔들리자 판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월에서 11월 사이 중국에서 판매된 전체 자동차 브랜드 중 중국 브랜드 판매 비중은 41.9%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경우 점유율 58.2%에 육박했다. 중국의 상하이차, 창안차 등은 한국차 가격의 70% 수준에 불과한 SUV를 내놓으며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인 시대도 지났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질적 성장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 평가관리원이 조사한 ‘한-중 산업 기술격차’에 따르면 2013년 1.1년에서 2015년 0.9년, 2017년에는 0.7년으로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뽑히는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기술 격차는 2017년 0.9년 차이로 턱 밑까지 따라붙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중국발 리스크에 따른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현대차의 경우 차종, 품질, 모델 수에서 중국 브랜드에 비해 전반적으로 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시장에 대한 중장기 전략이 시장 및 수요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도미노 타격... 부품업체 어쩌나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소속 기준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수는 145곳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대·기아자동차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위에다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한국 본사에서 100% 출자한 부품사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난 손실을 본사가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판매량이 줄며 공장 가동이 줄어들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거기에 사드 보복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줄자 베이징현대차는 2017년 당시 한국 협력사에 석 달 넘게 부품대금을 주지 않고 납품가를 20% 낮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도 추가적인 원가절감이 요구될 시 ‘도미노식 타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 자동차시장 수요도 줄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최근 역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중국 신차 판매량이 2.8% 하락하며 28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의 경기둔화가 예상되고 있어 중국 자동차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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