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 등으로 시작해 불거진 동영상 파문이 뜨겁다. 승리의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된 이 논란은 승리와 정준영을 포함한 연예인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한 사실이 보도되며 일파만파 확산됐다. 문제는 해당 사건과 상관없는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제2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 사건 본질보다 동영상 여성 피해자에 주목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갖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해외 일정을 중단하고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임민환 기자 limm@

지난 11일과 12일에 거쳐 SBS '8시 뉴스'에서 정준영의 실명을 공개, 승리와 함께 있는 단톡방 내용을 보도해 파문은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단톡방에는 정준영, 승리를 비롯해 가수, 걸그룹 출신 멤버 오빠, 클럽 버닝썬 임원 등이 포함됐다.

내용은 그야말로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정준영은 아무 죄의식 없이 여성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고 단톡방에 있는 멤버들 역시 누구도 그런 정준영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의 성관계 영상을 찍어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또 정준영은 수면제를 먹인 뒤 성관계를 했다며 자랑하듯 말했다. 또 다른 단톡방 멤버는 “우리는 살인만 안 했지 구속감 많다”며 자신들의 행위가 어떤 짓인지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충격적인 단톡방 실태가 보도되자 일부 네티즌과 언론은 사건의 본질을 잊은 채 성범죄 피해자가 누군지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관련 키워드가 ‘정준영 동영상’ ‘정준영 몰카 리스트’ 등이었다. 실제로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미확인 정보지에는 영상에 등장한 여성들이 누구인지 지목하고, 어떤 내용이 찍혔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피해 여성들에는 유명 걸그룹 멤버 2명이 언급됐고 그 중 한 명으로 트와이스 지효를 지목했다. 이에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즉각 공식입장을 통해 “심각한 명예, 인격훼손이다.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반박했다.

여배우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정유미, 이청아, 오초희가 ‘정준영 리스트’의 추가 피해자로 떠오른 것. 세 배우의 소속사들은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 터무니없는 루머에 소속 배우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매우 불쾌한 상황”이라며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 박한별부터 용준형까지..비난의 화살 어디까지

승리(왼쪽), 정준영./한국스포츠경제DB·OSEN

승리, 정준영과 친분이 있는 동료 연예인들 역시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승리와 정준영이 불법 영상을 공유한 단톡방 멤버로 지목되며 피해를 보고 있다.

단톡방 멤버로 거론된 최종훈, 이종현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측은 “최종훈은 최근 경찰 수사 협조 요청이 있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지만 피내사자,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 최종훈은 성접대 의혹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졌다”며 “이종현은 정준영과 오래 전 연락을 하고 지낸 사이일 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불법 영상 공유 연예인으로 지목된 한 그룹 멤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측도 “전혀 근거없는 루머”라고 반박했다. 또 모델 허현 측은 “카카오톡 대화방 관련해 모델 허현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동명이인일 뿐 전혀 친분도 없으며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수 용준형은 “제가 이번 사건에 동참하였거나 혹은 연루되어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당황스럽고,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일에 연관되어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게 됐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유리 오빠 권혁준은 “모든 조사 충실히 받고 있다. 개업 당시 멤버로 일 관련 카톡에 포함돼 있던 부분이지, 성접대나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배우 박한별과 그가 출연 중인 MBC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에도 불똥이 튀었다. 박한별의 남편 유모 씨가 지난달 제기된 승리의 성접대 시도 의혹에 연루된 데 이어 불법 성관계 동영상까지 유포됐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씨는 승리와 함께 설립한 회사 유리홀딩스의 대표이사다.

일부 네티즌은 박한별 역시 남편의 행동을 몰랐을 리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시청자 게시판에는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하라’는 의견까지 나온 상황이다. 박한별뿐 아니라 해당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 제작진 역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버닝썬 사태가 자극적인 성관계 동영상 파문으로 이어지며 정작 사건의 본질은 가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2의 피해자들만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예계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경찰 유착 문제, 마약, 탈세와 성범죄가 핵심인데 버닝썬 문제 대신 사실과 다른 가십거리가 더 집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버닝썬 사건의 본질을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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