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신인배우 이재인은 영화 ‘사바하’에서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극 중 금화와 ‘그것’으로 1인 2역을 맡아 연기했다. 2004년생으로 올해 나이 16세에 불과한 10대 소녀지만 성인 배우들에 못지않은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삭발 투혼까지 감행한 이재인은 “큰 고민 없이 삭발을 하겠다고 했다”며 “캐릭터를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 ‘사바하’ 시나리오를 읽고 이해했나.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게 보였다. 모르는 건 적어서 한꺼번에 장재현 감독님께 여쭤봤다. 금화가 언니(‘그것’)를 생각하는 감정들이 어려웠던 것 같다. 금화가 ‘그것’을 증오하고 싫어하는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혈육에게 느끼는 사랑이 깔려 있었다고 본다. 금화가 ‘그것’을 안아주는 장면이 내가 잡은 포인트다.”

-1인 2역으로 금화와 ‘그것’을 연기했는데.

“금화를 할 때는 금화만 생각하고 ‘그것’을 할 때는 ‘그것’만 생각하며 연기해야 했다. 쉽지 않았다. 1인 2역을 하다 보니 금화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것’이 어떤 심정으로 그 안에 있는지를 고민했다. 또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 ‘그것’은 초반에는 공포스러운 외형을 하고 있지만 후반부에서 신적인 존재가 되는데.

“‘그것’의 대사 중 이것이 멸함으로 저것이 멸한다는 대사가 있다. 애초에 김제석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인물이다. 그 일을 위해 나한을 기다리는 것이다. 16년이나 되는 세월을 갇혀서 울고 지냈으니 그 외로운 감정들을 울음소리로 표현해야 했다.”

-직접 삭발까지 했다.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을 했는데.

“이왕 하는 거 직접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오디션을 볼 때 제작진이 삭발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영화에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만큼 직접 깎는 게 맞다. 털이 벗겨지는 게 표현이 돼야 하니까. 삭발을 한 장면은 잠깐 나왔지만 임팩트가 있는 역할이라 고민하지 않았다.”

-미성년자인임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필요한 어려운 연기를 했다.

“어리지만 큰 역할을 맡은 만큼 책임감을 느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고 제작진들도 잘 챙겨주셨다. 나이는 어리지만 덕분에 잘 해낸 것 같다.”

-나한(박정민)에게 납치되는 장면을 찍을 때 힘들지 않았나.

“날이 좀 추운데다 묶여 있으니까 힘들었다. 마음이 심란했지만 박정민 선배가 워낙 배려를 잘 해주셨다. 입을 막는 장면이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대해주셨다. 많이 감사했다.”

-원래 종교가 있나. 신의 존재를 믿는가.

“기독교다. 그래서 더 이 영화에 공감했다. ‘신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잘 풀어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면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은 캐릭터의 출연 제안이 올 수 있는데.

차기작도 비슷한 뉘앙스의 캐릭터가 들어올 수 있다. “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면 다음에도 그런 작품이 들어오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슬픈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그래서 밝은 연기도 도전하고 싶다. 새로운 연기를 많이 해보고 싶다.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로 연기를 어떻게 연습하나. 연기 선생님이 따로 있나.

“발음이나 이런 건 계속 연습한다. 캐릭터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야 나중에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연기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다리를 저는 동작이 있어서 안무 선생님이 따로 계셨다. 다리를 저는 동작이 어려운 게 많았다. 약 한 달 정도 선생님을 만나 동작을 배웠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사람들이 봤을 때 ‘정말 잘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물론 평생 내가 연습해야 하는 거지만. ‘사바하’도 내가 봤을 때는 좀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생각보다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뿌듯하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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