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우상’(20일 개봉) 속 설경구는 기존 작품 속 이미지와 상당히 다르다. 탈색한 노란 머리에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알 수 없는 집착과 어떤 것도 결정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까지. 카리스마 넘치고, 부패를 응징했던 기존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각자 다른 우상을 향해 달려가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우상’에서 설경구는 오로지 가족이 전부인 유중식 역을 맡아 결핍된 인간의 모습을 소화했다.

-‘우상’을 접한 반응이 다양하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평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물론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미 시나리오를 읽은 상태라 어렵지는 않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유중식은 또 왜 이렇게 답답하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나리오도 불친절했나.

“책을 읽었을 때도 친절한 내용은 아니라고 느꼈다. 이수진 감독님의 의도인 것 같다. 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것이고. 이 영화의 스포일러는 련화(천우희)다. 마치 련화가 키를 쥐고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또 실상 그렇지도 않다.”

-유중식 역을 연기한 이유가 있나.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답을 알고 싶었고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유중식은 혈육에 굉장한 집착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많이 하는데.

“나도 굉장히 답답했다. ‘왜 이런 설정을 했나?’라고 감독님에게 물으니 유중식은 아들과 견고한 성을 쌓은 인물이었다고 답했다. 그 안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근데 최악의 사건으로 인해 관계가 깨졌을 때 유중식이 느끼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련화의 태아 사진을 보고 련화에게 집착을 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성을 다시 쌓고 싶어서.”

-체중 감량부터 탈색까지 외적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몸무게를 재면서 뺀 건 아니라 얼마나 빠졌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머리색은 아들과 동질감을 보여주기 위해 한 것이다. 안 해봤던 걸 하니까 새롭고 재미있었다. 아들을 잃어버리면 금방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머리색도 똑같이 염색한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석규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편하게 대해주셨다. 성격이 예민하실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실없는 농담도 잘 하시더라. 연기할 때는 선후배 관계가 아니라 동료다. 천우희도 마찬가지고. 서로 어려워지면 안 되니까.”

-‘우상’은 해석이 쉽지 않은 영화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다들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뉘앙스를 살리고 정보를 줄였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 같다. 쉽게 쉽게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이건 뭐였지?’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막상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세 인물이 섞이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보니 섞어버리면 또 이탈이 된다. 흘러가는 대로 보면 어렵지 않다.”

-영화 속 유중식처럼 믿음을 갖고 집착하는 대상이 있나.

“그런 대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연기에 집착하고 맹목적으로 굴 때는 있다. 안 되는 걸 알면서 더 집착한다. 100% 완성이 된 연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하면 완성이 될 것 같은데 안 된다. 완성본을 보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전도연과 출연한 영화 ‘생일’과 2주 간격을 두고 개봉하게 됐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열심히 홍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전혀 다른 영화다. ‘생일’은 아무래도 소재가 민감하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천명 아이돌’로 불리며 막강한 팬덤을 형성했는데.

“감동스럽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불한당’은 어마어마한 영화다. 변성현 감독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 (웃음) 변한 것은 없다. ‘불한당원’이라는 좋은 친구들과 계속 함께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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