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데뷔 불발에도 의연했던 백승호, 한 단계 성장하다
A매치 데뷔 불발에도 의연했던 백승호, 한 단계 성장하다
  • 서울월드켭경기장=이상빈 기자
  • 승인 2019.03.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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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볼리비아전 이어 콜롬비아전에도 출전 못 해
A매치 데뷔 불발됐지만 의연한 태도로 눈길
백승호 “팀이 이겼으니 만족합니다”
백승호(사진)가 22일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벤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호 A매치 데뷔는 다음 기회에… 백승호(사진)가 22일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벤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팀이 이겼으니 만족합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백승호(22ㆍ지로나 FC)는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를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의연했다. 스물두 살 청년은 국가대표 데뷔 불발보다 팀 승리가 중요했다. 백승호는 “형들과 운동하며 많은 걸 배웠다”라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한국과 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이 열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 운용만큼 22일 A매치 데이 첫 경기였던 볼리비아전에서 결장한 백승호와 이강인(18ㆍ발렌시아 CF) 출전 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경기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던 백승호는 이날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 마침내 출격 준비에 나섰다.

벤투호는 전반 15분 황의조(27ㆍ감바 오사카)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벼락같은 선제골로 앞서갔다. 전반전을 1-0으로 마치고 맞은 후반전. 3분 만에 콜롬비아 루이스 디아스(22ㆍ주니오르 FC)에게 일격을 맞았다. 이른 시각 동점골을 허용한 한국은 공격 고삐를 당겼다. 대표팀이 추가골을 터뜨려 여유롭게 앞서갔다면 백승호와 이강인이 비로소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기대를 저버렸다.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50) 감독은 1-1 상황에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를 투입하는 모험을 할 수 없었다. 몇 차례 콜롬비아 골문을 두드리던 대표팀은 마침내 후반 12분 이재성(27ㆍ홀슈타인 킬)이 절묘한 왼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내면서 앞서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사진은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재성과 이청용. /임민환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사진은 역전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재성(왼쪽)과 이청용. /임민환 기자

대표팀이 선전하는 사이 백승호는 대기 명단에 오른 권경원(27ㆍ텐진 콴잔), 권창훈(25ㆍFCO 디종), 나상호(23ㆍFC 도쿄), 이강인, 이승우(21ㆍ엘레스 베로나)와 함께 터치라인 바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표정은 밝았다. 출격 명령이 떨어지면 금방이라도 달려갈 것 같았다. 후반 15분 벤투 감독이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관중석에서 백승호와 이강인의 투입을 바라는 팬들의 외침이 들렸다. 기대와 달리 벤투 감독은 역전골 주인공 이재성을 불러들이고 권창훈을 투입했다. 후반 24분엔 두 번째 교체 카드로 이청용(31ㆍVfL 보훔)을 빼고 나상호를 출격시켰다. 6명까지 교체가 가능했기에 백승호, 이강인이 출전할 가능성이 남았다.

후반 35분 벤치에서 코너 부근에 모인 대기 선수 중 누군가를 불렀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180㎝대 키를 가진 선수가 한달음에 달려와 트레이닝복을 벗고 출격을 준비했다. 관중석에서 “백승호 아니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백승호가 A매치에 데뷔하는 순간을 지켜보려는 팬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주인공 선수가 대표팀 스태프가 건넨 유니폼을 입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백넘버 20. 중앙 수비수 권경원이었다. 이내 스트라이커 황의조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팬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평가전인데도 이기는 축구를 위해 공격 자원을 줄이고 수비 자원을 늘린 벤투 감독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수 있던 백승호를 쓰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묻어났다. 권경원을 끝으로 대표팀 교체 카드가 세 장에서 막을 내렸다. 벤투 감독은 끝까지 백승호와 이강인을 아꼈다. 전후반 90분이 모두 마무리됐고 평가전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백승호를 만날 수 있었다. 급히 누군가와 통화를 하다 취재진을 보자 반갑게 맞았다. 끝내 출전할 수 없었지만, 그에게 대표팀에 발탁돼 훈련한 경험은 소중했다. 백승호는 “확실히 (성인) 대표팀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경기였다. 좀 더 집중해서 여러 가지로 준비했다”라고 털어놨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게 있었냐는 질문에 “길게 조언은 안 해줬고 ‘잘 준비하자’고 ‘앞으로 잘 준비하다 보면 기회 올 거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답했다. 경기 출전을 기대하며 이강인과 벤치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고 묻자 “뛰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는 했다”라며 “아쉽지만 소속팀 돌아가서 잘하자고 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끝내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빈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태극마크는 백승호에게 큰 의미를 선사했다. “대표팀에 오면 뛰고 싶은 건 당연하다”라면서 “태극마크를 달면 힘들지도 않고 더 뛰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소속팀 돌아가서 더 잘하겠다”라고 덧붙이며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비록 A매치 두 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국가대표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깨달았다. 백승호는 이미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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