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일(전북시절, 왼쪽)/사진=KFA 제공.

또 한 명의 전설이 정든 유니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중 한 명인 김남일(39)이 현역 은퇴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작년 말 일본 프로축구 J2(2부 리그) 교토 상가FC와 이별한 뒤 현재 소속 팀이 없는 상황이다.

김남일은 11일부터 목포축구센터에서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A급 1차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한다. 지도자 자격증은 D→C→B→A급을 거쳐 최상위 레벨인 P급까지 있다. A급을 따면 국내 모든 팀과 각급 대표팀 감독을 지휘할 수 있다. 한 축구인은 “김남일이 현역 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도자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도 “B, C급은 현역 선수들이 짬을 내서 따는 경우가 있지만 A급은 은퇴한 선수들이 신청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남일 측근은 “A급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은퇴 여부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왜 은퇴 결심을 했을까

김남일은 최근까지도 현역으로 좀 더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주변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그는 2014년 전북 현대의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탠 뒤 그 해 말 교토 상가로 이적했다. 김남일이 2008~2009년 빗셀 고베에서 뛸 때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던 와다 마사히로(51) 교토 상가 감독이 강력히 러브콜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김남일에게 은퇴 후 지도자 과정에 대한 지원 등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 7월 와다 감독이 떠나고 이시마루 키요타카(43)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이시마루 신임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개편했다. 교토 상가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김남일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교토 상가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그는 새 둥지를 물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물론 현역 연장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올 여름 이적시장 때 새로운 팀과 계약하면 다시 선수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지도자 강습 과정에 차질이 생긴다. 올해 A급 1차 과정은 파트1(4월 11~22일)과 파트2(10월 10~21일) 등 두 차례로 진행된다. 1차를 이수해도 2차를 빠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올 후반기에 김남일이 현역과 지도자 강습 과정을 동시에 수행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2 멤버는 지금?

김남일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상대에 기죽지 않고 거칠게 달려드는 플레이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진공청소기’란 별명답게 한국 중원을 든든히 지켜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지금까지 A매치 98경기를 소화한 레전드급 선수다.

2002년 월드컵 멤버 중 현역 선수는 현영민(37ㆍ전남 드래곤즈) 1명뿐이다. 골키퍼 김병지(46)는 김남일과 마찬가지로 현재 무적 신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새로운 축구 인생을 걷고 있다. 감독은 홍명보(47ㆍ항저우), 최용수(45ㆍ서울), 윤정환(43ㆍ울산), 최진철(55ㆍ포항), 설기현(37ㆍ성균관대), 유상철(45ㆍ울산대), 황선홍(48ㆍ전 포항)이 있고, 코치는 이민성(43ㆍ울산), 최성용(41ㆍ수원), 이을용(41ㆍ청주대), 최태욱(35ㆍ서울 이랜드), 최은성(45ㆍ전북), 이운재(43ㆍ올림픽대표팀), 김태영(46ㆍ전 국가대표) 등이다. 이영표(39)와 안정환(40), 이천수(35), 송종국(37)은 방송 해설위원이다. 박지성(35)과 차두리(36)는 유럽에서 공부 중이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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