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난스런 키스' 스틸./오드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극장에서 멜로영화가 외면 받고 있다. 류준열 주연의 ‘돈’과 ‘겟 아웃’ 조던 필 감독의 차기작 스릴러 ‘어스’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계절은 봄이지만 관객들은 멜로 대신 오락물이나 스릴러를 즐겨보고 있는 추세다. 브라운관과 달리 스크린에서는 멜로영화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 멜로물은 많은데 볼 영화가 없다?

영화 '아사코' 스틸./이수C&E 제공.

최근 한 달 간 극장에 개봉한 멜로영화는 여럿 편이다. 2월 말 김동욱, 고성희 주연의 ‘어쩌다 결혼’부터 ‘질투의 역사’ ‘양지의 그녀’ ‘장난스런 키스’ ‘아사코’ 등 국내외 멜로물이 줄줄이 간판을 걸었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없었다. 유일하게 지난 달 27일 개봉한 대만스타 왕대륙 주연의 ‘장난스런 키스’가 마니아 팬들의 지지를 받아 박스오피스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A반 남신 장즈수와 처음 본 순간 키스한 F반 위안샹친의 멀고도 용감한 짝사랑 일대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일본의 만화가 다다 가오루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장난스런 키스’ 측은 개봉 4일째인 30일 누적 관객 수 10만96명의 관객을 모았다며 ‘나의 소녀시대’보다 뛰어넘는 흥행 속도를 냈다고 밝혔으나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하기에는 무리다.

멜로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도가 떨어진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캐스팅 면에서 인지도가 낮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외면 받고 있다.

지난 달 14일 개봉한 ‘아사코’는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었다. 첫사랑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게 된 아사코 앞에 진짜 첫사랑이 돌아오며 생겨나는 감정의 파고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화제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놓쳤다. 상업영화만큼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관객 수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누적 관객 수 1만3416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 21일 개봉한 ‘양지의 그녀’도 첫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다. 누적 발행 부수 100만을 돌파한 고시가야 오사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중학생 때 첫사랑 마오(우에노 주리)와 눈부신 사랑을 시작하게 된 고스케(마츠모토 준)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룹 아라시 출신으로 국내에서도 ‘꽃보다 남자’ 등을 통해 입지를 다진 마츠모토 준과 ‘노다메 칸타빌레’ 우에노 주리가 출연했으나 반응은 미미했다. 관객 수 1만3753명을 기록했다.

■ 식상한 멜로 대신 신선한 시도해야

영화 '양지의 그녀' 스틸./영화사 오원 제공.

멜로 작품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나 관객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게다가 주목을 받는 작품들도 신작이 아닌 리메이크물이라는 점에서 소재 고갈에 대한 지적 역시 피할 수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인기가 있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 외에 신작 멜로물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추세인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멜로물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말이 유추 가능하고 패턴화 된 멜로 장르 특유의 서사 구조가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새롭고 신선한 멜로물이 아니라면 시선을 끌기 힘들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소재를 독특한 콘셉트로 구성한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지난 해 개봉한 ‘서치’를 시작으로 최근 ASMR 스릴러로 불리는 ‘더 길티’ 역시 신선한 형식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흔한 소재를 바꿀 수 없을 시 영화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을 때 관객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식상하고 똑같은 멜로물이 아닌 신선한 시도나 공감대를 자극하는 작품이 주목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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