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8일 별세, 조원태 사장 승계할까
상속세, KCGI와 국민연금 압박 등 과제 남아 있어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하며 조 회장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승계 작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 조 사장의 경영권 확보 작업이 만만치 않을 거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상속세 문제를 풀어야 하고 취약한 지배구조를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국민연금의 견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 경우에 따라 한진 일가가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뒤 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사진=연합뉴스

◆조원태 체제 막 오르나 

조원태 사장은 '3세 경영'을 위한 절차를 꾸준히 밟아 왔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해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부친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조 사장은 한진가에서 유일하게 그룹 핵심인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사장)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현재 '갑질' 여파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지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며 대한항공은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오는 6월 1일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 의장으로 나서며 체제 개편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기존 사내이사 3명을 유지하면서 조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며 "조 사장이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선출되기까지 여러 난제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그룹과 KCGI/사진=연합뉴스 TV

◆상속세 최소 1700억…KCGI 공격까지 막아내야 

조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함에 따라 상속세와 지분 이양 등을 준배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국민연금 등과 ‘경영권 줄다리기’가 벌어지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상되는 상속세 규모는 최소 17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를 납부하고 주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지분 17.8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남매는 각각 2.31%, 2.34%, 2.30%씩 갖고 있다.

조 사장은 조 회장 주식 중 7% 남짓 상속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이미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9% 전후가 된다. 조씨 일가와 우호 지분을 합치면 16~17%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2.68%를 취득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6.64%를 취득했다. 이 둘을 합치면 19.32%에 달한다. 게다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4일까지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기존에 12.68%이던 보유 지분율을 결제일 기준으로 8일 13.47%로 끌어 올렸다. 

조 회장의 별세로 한진칼과 KCGI의 대결 구도가 중장기적으로 더욱 강화될 거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당시 서울고등법원이 KCGI의 주주제안 자격에 제동을 걸며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지만 'KCGI 1호 펀드'의 경우 환매 제한을 10년, 최장 만기를 14년으로 설정한 장기펀드다. 조 회장의 별세로 당분간 '숨고르기' 또는 '상대수 헤아리기' 국면이 이어진 뒤 KCGI의 예봉이 더욱 날카로워질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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