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진영글로벌, 가볍고 튼튼한 'FFC 케이블' 세계 최초 개발
현대차·SK케미칼 파트너사...해외서도 러브콜 이어져
김동식 대표 "특정 업체 종속되지 않는 상생 꿈꾼다"
진영글로벌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PCT필름을 적용한 연성평면케이블(FFC). 기존 제품 대비 내구성은 높고 무게는 대폭 가벼워졌다./사진=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자동차 내부에는 수많은 전선(와이어 하네스)들이 들어간다. 운전자가 내부에서 경고등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자동차 헤드램프, 후미등에 불빛이 들어오는 데는 전선 연결이 필수적이다. 이 전선들이 얇고 가벼워질수록 자동차는 가벼워진다. ‘자율주행’이 화두가 되는 시대, 보다 가벼운 자동차는 연비 절감을 위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진영글로벌은 이 같은 자동차 내부의 전선 경량화 시대를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PCT 필름을 적용한 연성평면케이블(FFC)을 개발한 진영글로벌은 기존 전선 대비 온·습도 변화에 강하고 가벼운 케이블로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진영글로벌은 FFC 독자 개발을 바탕으로 자동차 케이블 뿐 아니라 배터리와 5G 케이블 분야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단국대학교 등 학계와의 협업은 물론 스타트업·중소기업과의 조인트 벤처에도 관심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진영글로벌 사무실에서 김동식 대표를 만나고 왔다.

◆ 와이어 회사, 사드 위기로 소재에 관심을 갖다

김동식 진영글로벌 대표는 사드 위기 이후 매출이 줄자 소재 기술의 차별화를 통해 FFC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사진=진영글로벌

“진영글로벌은 원래 와이어 하네스 제조업체로 시작했습니다.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전선을 납품하던 업체였죠. 전선 사업으로만 매출 200억원대 기업으로 크게 성장했는데, 그 때 사드 이슈가 터지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 겁니다. 업체마다 케이블 가공 기술은 다 비슷한데, 새로운 소재 기술을 적용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거죠.”

2005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진영글로벌의 주 사업분야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선 제조업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완성차 업체가 휘청이자 부품업체인 진영글로벌 매출도 전년 대비 30~40%가량 크게 줄었다. 김 대표는 그 때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으로 소재 기술의 차별화를 선택했다.

새로운 소재를 찾던 김 대표는 PCT필름에 주목했다. PCT필름은 당시 SK케미칼과 SKC가 제작하던 소재로 얇고 가벼운데다 자동차용 케이블로 제작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지난 2015년 김 대표는 세계 최초로 PCT 필름을 케이블로 만들려는 시도 끝에 FFC를 개발하게 됐다. FFC는 기존 와이어 하네스에 비해 온·습도에 강하고 불량률이 적은데다 얇고 가벼워 자동차 경량화에도 적합하다.

FFC 개발 이후 완성차 업체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기아자동차 니로에 전자식 기어장치(E-Shifter)용 케이블에 FFC를 적용해 양산에 성공했으며 이달 중 포드 머스탱, 오는 6월부터 기아차 K7 하이브리드에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포드의 경우 불량률 문제로 자동차용 전선 표준을 기존 PET필름에서 PCT필름으로 바꾸면서 거의 독점 수준의 계약을 맺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향후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케이블, 금형 부품 등을 FFC로 교체하는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5G 시대를 맞아 5G용 통신 케이블에도 진출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고주파를 사용하는 5G 통신망에 하이브리드 PCT필름을 활용한 FFC 케이블을 적용해 5G 케이블의 경량화·슬림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 중소기업·학계와 협업 강화…'상생' 꿈꾼다

진영글로벌은 지난 2015년 PCT필름을 케이블로 만들려는 시도 끝에 FFC를 개발하게 됐다./사진=허지은 기자

“사업 초기 SL주식회사 등 국내 회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 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큰 만큼 국내 회사들과 계속해서 인연을 맺어가려고 해요. 대만이나 중국에서는 작은 회사들이 뭉쳐서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특정 업체를 종속화하는 것이 아닌 상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진영글로벌은 SL주식회사의 협력업체 상생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SL주식회사는 당시 와이어 하네스 제조업체였던 진영글로벌에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김 대표는 SL의 도움이 지금의 진영글로벌을 만든 것처럼 진영 역시 또다른 중소기업을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과 조인트벤처 등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사업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학계와의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학교 전자공학과와 단국대학교 고분자공학과 등과 협업해 관련 소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제품화 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겐 실용화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문호를 개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진영글로벌은 기존 업계의 틀을 깨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품을 새로운 소재로 바꾸는 데에는 업체들의 모험이 필요하다. 당연히 리스크도 클 뿐만 아니라 기대와 함께 시기와 견제도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어렵게 시작한 만큼, 상생의 길을 걷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존 업계에선 제품 설계 기술은 대기업이, 생산 기술은 협력사가 갖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중소기업끼리 뭉친다면 특정 업체가 종속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돈을 덜 벌더라도 국내 인력으로 국내에서 제조를 해서 사업을 하고 싶다. 사업비 증가에도 해외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