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도 그렇다. ‘마알못’(마블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여기를 주목하자.

오는 27일 전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마블스튜디오 작품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 세계관) 3단계로, 1단계 ‘아이언맨’이나 2단계 ‘앤트맨’보다 한층 확장된 MCU를 만날 수 있다. 힘을 합쳐 빌런(악당)을 물리치는 기존 히어로 공식을 깨고 서로의 신념과 철학으로 충돌한다. UN이 히어로를 규제하는 ‘소코비아 법안’을 놓고 팀 아이언맨과 팀 캡틴아메리카가 찬반으로 나뉜다. 부제를 ‘시빌워’(내전)로 내세운 만큼 두 팀이 치열하게 다투지만 그 목적은 같다. 어벤져스를 지키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팀 대결인 만큼 마블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히어로가 등장한다.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블랙위도우, 호크아이, 비전, 스칼렛위치, 워머신, 팔콘, 윈터솔져, 앤트맨, 블랙팬서,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했다. 그런데 왜 ‘어벤져스’가 아닌 ‘캡틴아메리카’ 시리즈로 품었을까. 제작진은 캡틴아메리카의 성격에 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감독 루소 형제는 “포기를 모르고 불의와 타협이 불가능한 모습이 중심 스토리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막내 스파이더맨의 존재감도 인상깊다.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만나 기뻐하는 영락없는 열혈팬의 모습이다가, 싸울 땐 거미줄 한방 제대로 날린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안 본 마블 초보자라면 헐크의 부재도 궁금할 터. 헐크는 자신의 존재가 민폐라는 생각에 잠시 잠적했다는 설정이 있었고, 또 헐크가 워낙 강력한 능력을 가진 탓에 팀 능력치 밸런스를 위해 배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결과 영화는 열두 히어로의 화려하고 웅장한 액션을 통쾌하게 담아낸다. 한편으로는 같은 팀끼리 싸우는 상황이 애잔하다. 마블 초보자라도 줄거리를 따라오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루소 감독이 심어놓은 디테일은 파헤칠수록 더 재미있다. 이번 기회에 ‘마알못’ 꼬리표를 떼보길 권한다.

사진=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포스터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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