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94년, 유공 흡입독성실험 종료 전 제품 출시
2000년, SK케미칼이 인수하면서 확인 안해

[한스경제=이정민 기자]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고의로 숨기다가 환경부로부터 고발당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환경부 현장조사에서 관련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없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올해 SK케미칼 수사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연구 자료를 일부 확인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특별법)’ 위반 혐의로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SK케미칼이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자료는 유공(현 SK이노베이션·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은 CMT, 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여부를 검증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유공은 1994년 11월 흡입 독성 실험 종료 전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했다.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한 것이다. 

또한 사측은 실험 보고서에는 인체 유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많은 것으로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의 실험 보고서에는 인체 유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작성되어 있었다. ‘6개월간 노출 실험 결과 가습기 메이트 원료 물질로 인해 백혈구 수치 감소 ‘3개월, 6개월 노출 동물 부검해보니 신장 이상‘ ’표본이 3~4마리에 불과해 표본 부족, 동물 늘려 추가 실험권요‘ 등이다.

SK케미칼이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 / 사진=연합뉴스

2000년 SK케미칼은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사업 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흡입 독성 실험 등을 통한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

SK케미칼이 제품 출시 당시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이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

SK케미칼은 2013년 이후 가습기 메이트 흡입 독성 보고서를 제출해달라는 국회 요청에 “있지만 보여드리기 어렵다” “오래전 자료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SK케미칼은 “(보고서) 전체 56쪽 중 12쪽만 갖고 있었고 검찰 수사 때 임의 제출했다”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상 환경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 피해자 및 유족 등을 조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때 거짓된 자료, 물건을 제출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17년 특별법이 시행된 이래 이 조항에 따른 기업 고발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증거인멸)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특별법 위반 혐의까지 늘어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새벽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 사유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일 증거인멸 혐의로 박철 SK케미칼 부사장을 구속기소 한 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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