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 포스터 / MBC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이다. 과거 1919년 독립운동가들은 3·1운동 직후인 4월 11일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모여 임시의정원 회의를 개최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이 세워진 값진 날이었다.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기 위해 SBS, MBC, KBS 지상파 3사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대극을 기획한 것. 특히 3사가 준비한 작품은 모두 제작비 200~300억 원을 들인 근현대사 대작으로도 일찍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MBC '이몽'을 제작한 김승모 CP는 "무모하지만, 그 정도 규모는 감당할 수 있겠단 판단하에 만들기로 했다"며 "그 시대에 살다간 분들을 기리고자 만들었는데, 안 보면 안되니까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보게끔 그분들의 애환,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려 했다. 독립을 위해 많은 걸 걸었던 그분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의미를 전했다.
 

'녹두꽃' 포스터 / SBS 제공

■ SBS '녹두꽃'·MBC '이몽'·KBS 2TV '의군'
SBS, MBC, KBS 각 방송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지난 4월 26일 첫 방송된 SBS '녹두꽃'은 3·1운동에 영향을 미친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윤시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린다. 내달 4일부터 방송되는 MBC '이몽'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과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이 펼치는 첩보 액션이다. 약산 김원봉은 해방 후 월북으로 여전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당시 항일투사들에게 굉장한 영향력을 지녔던 만큼 그에게 독립운동가를 투영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하반기 방송 예정인 KBS 2TV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다. 철부지 금수저 도련님이었던 청년 안응칠이 건국 이래 운명의 시간들을 온몸으로 겪으며, 일본 제국주의 심장에 큰 타격을 남기는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으로 각성해가는 내용이다. 총 300억 대의 제작비와 중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되는 만큼 압도적 스케일과 영상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작진은 모두 "역사의 의미가 충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녹두꽃' 신경수 감독은 "올해 동학농민운동 125주년이다. 거기서 시작된 정신이 임시정부까지 이어졌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분노, 좌절,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기 적합해 기획하게 됐다"며 "무거운 역사적 배경 안에 놓여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몽' 김승모 CP는 "그 시대를 살다간 역사라서, 위인이라서 머리로 기억하기보단 재미있게 보면서 그들의 역사를 가슴으로 기억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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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있을 것" 긍정적인 평가
감독들의 의도대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대작들은 역사를 되새김과 동시에 현 시국에 시사점을 던져 의미를 더할 것이란 평이 많다. 대한민국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들을 드라마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상징성이 있다는 것. 최영일 대중 문화평론가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본다"며 "이미 영화계에선 일제강점기 문제나 독립 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영화 '암살', '밀정', '항거'가 그 예다. 김구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대장 김창수'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 쪽에서도 없었던 건 아니다. 드라마 '제 1공화국'부터 '제 5공화국'까지도 그렇고, '모래시계'도 그런 흐름을 그렸다. 일제강점기, 민중의 삶, 독립 문제를 담은 드라마로 '여명의 눈동자'도 있었다. 올해는 임정 수립 100주년이고, 건국 시초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각 방송사에서는 특집 드라마나 다큐를 만들고 있다. 다만, 역사를 극화하는 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흥행성과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지상파 3사 정도가 시도해볼 만한데, 제가 보기엔 당연히 성과가 있을 거라 본다"고 내다봤다. 또한 "시청자들의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선 역사적 소재보다는 결국 작품의 완성도와 얼마만큼 시청자들을 흡입할 수 있겠는가에 달려있다. 케이블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게 '미스터 션샤인'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진검승부가 이루어지는데, 최종적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 본다"고 했다. 

우려해야 할 부분은 '과도한 비틀기'라고 콕 짚어 말했다. 평론가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는 예산도 많이 들어가고, CG도 훌륭했고, 미래 사회를 그린 SF 중에서는 손에 꼽힐 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실험은 좋았으나 관객들 눈높이에 안 맞았던 것. 2009년까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하의 있는 조선을 가상한 영환데, 문제는 너무 앞서간 면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역사를 무겁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미스터 션샤인' 정도가 시청자들의 눈높이, 감성을 제대로 맞췄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스토리텔링으로 푼 역사 속에 숨어있던 팩트를 얼마만큼 흥미진진하게 제시할 수 있겠는가가 명품 역사물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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