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의 시저스킥] K리그 스토리의 산실, ‘슈퍼매치’ 영욕의 역사
[박종민의 시저스킥] K리그 스토리의 산실, ‘슈퍼매치’ 영욕의 역사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05.02 18:21
  • 수정 2019-05-02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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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박주영이 오는 5일 수원 삼성과 K리그 슈퍼매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박주영이 오는 5일 수원 삼성과 K리그 슈퍼매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2016년 6월 18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축구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본 가장 이상적인 K리그 경기였다. 결과(1-1 무)만 놓고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당시 경기장 분위기는 거대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밖에선 음악 콘서트 무대 FM 서울 버스킹이 진행됐으며 안에선 하프타임 때 가수 전인권(65)의 곡 ‘걱정 말아요’가 흘러나왔다. 4만7899명의 관중은 휴대전화 라이트를 켠 채 손을 흔들었다. A매치(국가대표간 경기)에서도 보기 어려울 법한 장관이었다.

그러나 약 2년 뒤 열린 슈퍼매치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 4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경기는 현장에서 본 최악의 슈퍼매치로 남아 있다. 그때도 결과는 무승부(0-0)였지만 분위기는 천지차이였다. 때 아닌 쌀쌀한 날씨와 미세먼지에 더해 양팀 선수들의 경기력마저 무기력한 수준이었다. 1만3122명이라는 관중 수가 그때의 상황을 대변해준다. 서울이 연고지와 팀 명을 바꾼 2004년 5월 이후 최저 관중이었다.

◆K리그 슈퍼매치는 ‘스토리 열전’

슈퍼매치는 K리그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명품 콘텐츠다. 수원과 서울의 역대 슈퍼매치 전적은 32승 22무 32패로 팽팽하다. 슈퍼매치 역사의 시작은 1997년이다. 그 해 수원이 준우승을 거뒀으나 김호(75) 감독과 조광래(65) 코치는 불화로 결별했다. 1999년 조 코치가 서울의 전신 안양 LG 감독을 맡으면서 두 팀의 경쟁 구도는 본격화됐다. 선수였던 서정원(49)은 프랑스 프로축구 스트라스부르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복귀했는데, 1999년 친정 안양이 아닌 수원과 계약하면서 양 팀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

2004년 안양이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슈퍼매치는 2007년 그 틀이 완성됐다. 그 해 수원을 지휘하던 차범근(66) 감독과 서울에 부임한 터키 출신 세뇰 귀네슈(67) 감독은 라이벌 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그 시절 데얀(38ㆍ수원 삼성), 박주영, 기성용(30ㆍ뉴캐슬 유나이티드), 이청용(31ㆍVfL 보훔), 이을용(44)은 서울 소속이었고, 이운재(46), 송종국(40), 이정수(39), 에두(38) 등은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 해 4월 8일 슈퍼매치는 역대 최다 관중(5만5397명)을 유치했다.

올 시즌 슈퍼매치도 나름 ‘스토리’가 있다. 이임생 수원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1971년생으로 동갑내기다. 고려대 출신인 두 감독은 선수 시절 수비수(이임생)와 공격수(최용수)로도 경쟁을 펼쳤다. 슈퍼매치가 처음인 이 감독은 "슈퍼매치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크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기쁨을 주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해 서울 사령탑으로 복귀하면서 3년 만에 슈퍼매치를 벌이게 된 최 감독은 "결과에만 치우치다 보니 내용을 신경 쓰지 못한 경기도 많아서 예전보다 슈퍼매치의 재미가 반감된 것 같다.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감독이 '노빠꾸'(백패스를 절제하는 공격축구) 전술을 구사해 올해는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전적은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최근 기세는 단연 서울이다. 수원을 상대로 최근 13경기 연속 무패(7승 6무)를 달리고 있다.

◆대구ㆍ울산에 이어 슈퍼매치도 ‘관중 대박’ 기대

2일 본지 취재 결과 9라운드 기준 K리그1(1부) 총 관중 수는 46만10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9649명에 비해 무려 59.2%나 증가했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구단은 대구였다. 대구는 올 시즌 홈에서 벌어진 4경기에서 관중 4만4943명(경기당 1만1236명)을 유치했다. 이는 지난해 9라운드까지의 홈 5경기 총 관중 1만6927명(경기당 3385명)에 비해 231.9%나 증가한 수치다. 울산 현대는 경기당 관중 수 증가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경기당 3888명이 입장했는데 올 시즌에는 1만791명이 들어찼다. 김진형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이날 통화에서 “구단들의 운영 방식이 과거 경기 실적 중심에서 관중 유치 같은 축구 산업적 성과를 고려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작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2-0),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등이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덩달아 K리그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연맹도 슈퍼매치, 동해안 더비(울산-포항 스틸러스) 미디어데이를 열면서 스토리를 입혀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하려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최다 관중은 지난 3월 1일 전북 현대와 대구FC전에서 나온 2만637명이다. 다만 시한부 기록이다. 5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가 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이번 슈퍼매치의 좌석 사전 예매 분은 이미 3만 명을 넘어섰다. 약 3년 전처럼 슈퍼매치다운 슈퍼매치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