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준 / 비에스컴퍼니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이렇게나 인간미 넘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최근 SBS 금토극 '열혈사제'를 종영하고 인터뷰를 가진 고준은 여전히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 어리둥절한 모습이 역력했다. 극 중 구담구 비리 카르텔의 행동대장이었던 황철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것이 어른 섹시다' 하는 외적인 매력은 황철범과 다를 바 없지만, 인간 고준은 의외로 털털함과 순수한 매력을 지닌 배우였다. 드라마의 흥행 기준을 여전히 모르겠다는 그는 "('열혈사제'는)잘 된거예요?"라고 몇 차례나 되물은 뒤 "영화를 더 많이 했고, 드라마로는 비중 있는 역할을 2~3편 정도 밖에 못 했기 때문에 뭐가 잘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시청률 20%를 넘은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을 못 잡겠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청률 20%를 돌파할 만큼 큰 인기 얻었는데, 실감하나.
"영화를 오래 하다 보니 관객수에 대한 스코어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잘 된 기준을 잘 모르겠다. 현장에서도 '몇 프로 넘어야 대박이냐'고 많이 물어봤다. 시청률보단 댓글을 많이 봤다. 연기 잘 한다는 칭찬에 감사하고 뿌듯했다. 외적인 칭찬도 많이 해주셨는데, 사실 부끄러웠다.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라서 외모에 신경을 잘 안 쓰다보니 외모 칭찬에 어색하다. 그때그때 이슈되는 스타분들과 비교도 많이 하시더라. UFC 김동현 씨가 한창 활약했을 때 그분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추성훈 씨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웃음)"
 
-조직폭력배 황철범은 여느 악역보다 매력적이었다. 캐릭터 연구는 어떻게 했나.
"일단 작가님, 감독님이 다양한 상황과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설정을 주셨다. 풍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았나 싶다. 평소 캐릭터에 접근할 때 역할이 가진 트라우마를 들여다보는 편이다. 그 부분을 빼고 연기한다고 하면 그 사람의 견고한 부분을 놓친다고 생각해서다. 황철범은 설정 자체가 고아였다.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 콤플렉스가 있을 것 같았다. 이영준 신부님(정동환) 손에 길러졌지만, 자신만의 가족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에 대한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싶었다. 극중 대사에도 '자기 식구들 챙기는 게 먼저다'라고 하는데, 그것만 봐도 철범이는 가족에 대한 목마름이 있구나 느껴졌다. 아버지에 대한 빈자리를 채우려는 게 목표지만, 그게 나쁜 방법으로 이루어진 거라고 해석했다. 악인이지만, 남다른 사연이 있는 인물이었다."
 

배우 고준 / 비에스컴퍼니 제공

-작품 속 배우들과의 케미만 봐도 현장 분위기가 늘 즐거웠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작품 하면서 이렇게 가까이 지낸 배우들은 처음이었다. 성격이 워낙 직설적이라 상대방에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허물없이 친하게 지냈다. 촬영하는 여정이 길었는데, 서로 얘기도 잘 들어주고, 격려도 해주고 의지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누구는 비타민 A, 또 누구는 비타민 C 같아 모이면 종합 영양제 같았다. 이하늬, 김남길, 김성균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사위일체' 된 기분이었다.(웃음)"
 
-배우들끼리 '시즌2' 얘기도 오고 갔다던데.
"정확한 합의는 아니지만, 누구 한 명 빠지면 하지 말자는 말이 오가긴 했다. 정말로 모두가 사이가 좋았고, 서로 의지했기 때문에 누구 하나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굉장히 서운할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어두운 연기만 한 게 아닌가 싶다. 코믹이나 패러디적 요소에도 관심이 있나.
"악하고 진중한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답답함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야 되니까 계속 스트레스 받는 상태가 된다. 코믹한 연기를 통해 시원하게 환기하고 싶다고 생각해 처음에 구대영(김성균) 역할에 욕심을 냈다. 그런데 대본 리딩 때 성균이가 하는 연기를 보고 포기했다. '내가 했으면 큰일났겠다' 싶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방법으로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다. 자신은 없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로맨스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하게 된다면 어떤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나.
"로맨스 장르도 언젠간 해보고 싶다. 아름답고 예쁜 사랑 말고,  영화 '너는 내 운명'이나 '오아시스'처럼 아픈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나이 들면 들수록 감정이 굳어지고 눈물샘이 점점 말라간다는 걸 느낀다. 더 굳어지기 전에 해보고 싶다."
 

배우 고준 / 비에스컴퍼니 제공

-연관 검색어에 '결혼'이 뜬다. 미혼인데, 연애에 대한 마음은 항상 열려있나.
"그렇다. 연애는 항상 열려있다. 이상형은 눈동자가 선한 사람이다. 적극적인 눈빛보단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눈빛이 좋다. 그래서 고양이보단 강아지상을 좋아한다. 말없이 같이 있어도 정서가 연결되는 사이가 좋다. 말로 표현해야 아는 것보다 가만히 서로 바라만 봐도 채워지는 그런 관계가 좋다. 나한테 쉼터가 되어 줄 수 있고, 나 역시 상대방한테 쉼터가 돼 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이상형이다.(웃음)"
 
-'열혈사제' 특집편 토크쇼에서 인싸들만 춘다는 일명 '오나나댄스'를 춰 화제가 됐다.
"트렌드를 알아서 그 춤을 춘 건 아니다. 옛날에 유행하던 스텝이었다. SNS를 보니 요즘 분들이 그 춤을 추고 계시더라. '저거보다 빨리 출 수 있는데' 말을 던졌는데 작가님이 시키더라.(웃음) 나는 철저히 아웃사이더다. 나만 좋아했던 뮤지션이 유명해지면, 다른 음악으로 갈아탄다. 사실 요즘 밴드 잔나비가 떠서 살짝 아쉽다. 희소성에 대한 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 나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가 고귀하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다."
 
-데뷔한지도 꽤 오래됐다.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배우로서의 목표도 있지만, 나는 인생의 목표 때문에 배우를 하는 거다. 인생의 목표는 내 이름을 명예롭게 세상에 알리는 거다. 그런 지점이 없어진다면 배우를 안 할 생각도 있다. 내 이름을 명예롭게 알릴 수 있는 다른 직업이 있다면 전향할 것 같다. '명예'라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라고, 고립되거나 아픈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 '열혈사제'를 통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선심을 갖고 올곧이 살아간다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다.(웃음)"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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