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방송가, '저녁 10시 드라마 공식' 파괴 시작
[이슈+] 방송가, '저녁 10시 드라마 공식' 파괴 시작
  • 신정원 기자
  • 승인 2019.05.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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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검법남녀 시즌2' 포스터 / MBC 제공
'봄밤', '검법남녀 시즌2' 포스터 / MBC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평일 저녁 10시 드라마 공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근 지상파에서 공식처럼 유지돼 왔던 '10시 드라마' 편성의 틀을 깨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3사간의 시청률 경쟁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현재 방송가는 tvN, JTBC 등 다채널 간의 싸움이다. 이에 MBC, SBS 등 지상파 채널은 '저녁 10시 드라마' 시대를 허무는 것을 시작으로 편성의 변화를 예고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콘텐츠 경쟁력 제고하기 위해 각 방송사가 노린 틈새 공략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 MBC "오후 9시 드라마 시대 연다"
MBC는 최근 '9시 드라마 시대'를 선언했다. 오후 10시 방송되던 월화·수목 드라마를 오후 9시로 옮겨 방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국민들의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여가 시간이 길어진 시청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실제 신한카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엔 오후 8~9시에 저녁 외식업 카드 결제가 많았으나, 2018년에는 오후 7~8시로 앞당겨졌다.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 역시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MBC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려는 경향이다.

또한 오후 9시 드라마 편성은 시청자들의 시청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취지이기도 하다. 현재 주요 방송사들은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장르를 편성하고 있다. 오후 9시엔 교양 프로그램, 10시엔 드라마, 11시엔 예능 프로그램 순이다. MBC 관계자는 "채널에 관계없이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편성되면서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선택에 제약을 받고, 콘텐츠들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통해 방송사와 제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또 시청자들에겐 선택권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평일 오후 9시 드라마' 편성은 22일부터 방송되는 수목극 '봄밤'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6월 방영 예정인 월화극 '검법남녀2' 역시 오후 9시대로 편성된다. 현재 MBC의 주말극이 9시 편성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MBC 드라마는 모두 저녁 9시로 고정된다.
 

'초면에 사랑합니다' 포스터 / SBS 제공
'초면에 사랑합니다' 포스터 / SBS 제공

■ SBS, 여름 시즌에 월화드라마 중단
MBC에 이어 SBS는 월요일, 화요일 오후 10시 드라마 편성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여름 시즌에 월, 화 오후 10시에 드라마 대신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다. SBS 관계자는 선진 방송시장인 미국을 예로 들며 "여름 시즌엔 새로운 드라마를 론칭하기보단 다양한 장르를 편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SBS의 이러한 변화는 현재 방송 중인 월화극 '초면에 사랑합니다' 이후부터 곧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여름이 지난 이후엔 다시 경쟁력 있는 월화드라마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SBS 관계자는 "하반기 방송 예정인 '닥터탐정'은 예능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에 따라 방영일이 정해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앞서 '열혈사제'로 첫 금토드라마를 시도해 좋은 성과를 얻은 만큼 SBS는 이번 편성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BS 관계자는 "새로운 편성을 시도함에 따라 다양한 시청자들의 니즈를 만나보려고 한다. 퀄리티 높은 월화 예능 시대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MBC 제공
MBC 제공

■ 평론가 "시청자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변화"
최영일 문화 평론가는 지상파의 새로운 편성 시도에 대해 '시청자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최 평론가는 "최근 시청자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엉클어졌다. 과거에는 퇴근하고 집에 가서 뉴스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야행성들은 심야 예능을 보는 모습이었다. 혹은 평일엔 예능을 보지 않고 주말 저녁 예능 황금시간을 즐기는 대중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평일에 쉬거나 주말에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방송사들의 편성 변화는 시·공간 혼종성의 이유가 크다. 라이프 사이클을 물리적 시간에 맞추지 않는다는 것과 미디어가 TV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어떤 시간대에 시청자의 트래픽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도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안 써봤던 내용들을 테스트하는 과정인 것. 그래서 드라마 시간대도 오르락 내리락하고 뉴스 시간대도 빨라지는 추세다"라고 방송가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오후 시간 이후인 8시부터 12시까지의 시간대에서 뉴스와 드라마, 예능이 모두 경쟁을 할 것 같다. 과거엔 오후 9시를 시작으로 뉴스-드라마-예능 또는 뉴스 전 예능이 편성됐다면, 이제는 그런 고전적인 공식이 파괴되면서 정석으로 여겨졌던 시간대가 뭉개졌다. 방송사별로 뉴스, 예능, 드라마가 함께 엎치락뒤치락하는 현장이 벌어질 것 같다. 각종 장르들이 방송사별로 각각 맞는 시간대에 안착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