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조선업이 위기다.

세계 경기 불황과 무리한 수주 경쟁에서 비롯된 결과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 특성상 대량 실업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9개 조선업체에 속한 인력은 약 20만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이 가운데 1만명 이상이 실직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대량 실업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결과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 현대중공업 3,000명 감원 예상…인원감축 신호탄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차입금 규모는 2010년말 10조원에서 지난해말 23조 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5년 사이 2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차입금은 2조 5,000억원에서 7조 9,00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중공업은 2조 4,000억원에서 4조 7,000억원으로, 현대중공업은 5조 2,000억원에서 11조 4,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채권단이 3사에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이 곧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책을 제출한다. 자구책은 자산매각, 조직개편을 통한 인력 효율화 방안과 함께 대규모 인력감축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지난해 1,300여명을 훌쩍 뛰어넘는 3,000명 안팎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전체 인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달 조선관련 계열사 임원의 25%에 해당하는 60명을 정리했다. 9일부터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신청을 받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 온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책 제출을 공식 요청 받았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것 이상의 방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처럼 비춰지는 모양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억지로 인력을 줄인 적이 없다.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2013년 말 1만3,546명이던 삼성중공업의 고용인력은 지난해 말에는 1만3,947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삼성중공업이 조만간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자구책은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포함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우선 희망퇴직을 받고 그래도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권고사직까지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조원의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전체 인력의 30% 가까운 약 3,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당초 계획보다 더욱 강력한 인원감축을 담은 자구계획을 요청하기로 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 정부, 대량 실업 피해 최소화 집중…당국 간 불협화음 줄여야

정부는 조선업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량 실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량 실업이 예상되는 조선업의 경우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1년간 고용유지지원금과 실업급여 특별 연장급여 등이 지급되고 또 재취업을 위한 훈련도 제공된다.

정부는 특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것에 역량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구조조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 재취업 지원에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고 수시로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취업 및 창업을 위한 훈련기회와 훈련비용을 동시에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제도, 취업성공 패키지 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구조조정 기간을 줄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 최근 불거진 정부와 한국은행의 ‘책임 떠넘기기’는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우고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날려버리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구조조정 당국 간 불협화음을 줄여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발판 삼아 구조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해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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