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걸캅스’와 ‘악인전’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장기간 흥행 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외하고 한국영화 중 우위를 다투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흥행의 이면에는 한국사회에서 대두된 젠더 갈등의 영향이 존재한다. 영화의 주된 메시지와 달리 일부 내용만으로 남성과 여성의 편 가르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 “현실 속 여경과 달라”..‘걸캅스’, 일방적 편가르기에 골머리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젠더 이슈 논란에 오른 작품이다. 여성 경찰들이 남성 범죄자들을 소탕한다는 이유로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일부 남성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평점 테러가 이어졌고 뻔한 내용일 것이라고 비하하며 ‘걸캅스’를 ‘걸복동’(‘걸캅스’와 ‘자전차왕 엄복동’의 합성어)으로 부르기도 했다. 개봉 후에도 일부 남성들은 “여성은 능력 있게 남성은 무능력하게 그려졌다”고 혹평하며 영화를 비하했다.

게다가 일부 남성들은 최근 대림동 경찰 폭행 대응을 거론하며 ‘걸캅스’가 현실 속 여경의 모습과 상반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진 영상에는 경찰 두 명과 성인남성 두 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담겼다. 남성들 중 한 명이 남성 경찰의 뺨을 때리고, 남성 경찰은 해당 남성을 제압한다. 제압 당한 남성의 동행인은 제지하려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여성 경찰을 밀치며 가격한다. 여성 경찰은 동행인을 막으려 하지만 동행인은 남성 경찰의 어깨를 잡아 제압을 방해한다. 이 영상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여성 경찰이 체력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경찰 업무에 여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대림동 걸캅스’라고 조롱하며 ‘걸캅스’는 현실과 거리가 먼 판타지 영화라고 혹평하고 있다.

‘걸캅스’를 투자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젠더 갈등이 영화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면서 “일부 관객들의 편향된 비방에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부 남성들의 비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은 ‘영혼 보내기’를 통해 ‘걸캅스’를 응원하고 있다. ‘영혼 보내기’는 극장에 가지 않고, 돈을 주고 좌석을 예매하는 행위다. 영화를 이미 봤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쓰는 방식이다. 이 역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새로운 응원 문화라는 의견과 시장질서를 왜곡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젠더 갈등 왜 영화까지..편향된 인식 개선해야

‘걸캅스’가 여성들의 영화로 지지 받았다면 ‘악인전’은 남성 관객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개봉 전 남성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다. 개봉 후 네이버 영화 소개란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그룹으로 30대 남자가 꼽혔다.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성 위주의 캐스팅과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부 남성들의 지지가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악인전’을 두고 ‘알탕 영화’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사실 상 ‘걸캅스’와 ‘악인전’ 모두 ‘여성주의’ ‘남성주의’에 매달린 영화가 아니다. 성별만 다를 뿐 오락액션 장르라는 점, 콤비 플레이로 악인을 소탕한다는 점이 일맥상통한다. 성별 가르기에 앞장 선 일부 관객들의 무분별한 비난이 영화의 본질을 흐려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성경 역시 ‘걸캅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최근 점점 심각해지는 젠더 갈등이 애꿎은 영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반대편 성의 처지에서 어떤 사안을 이해하고자 하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 같다. 편향된 인식이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창작자들도 영화를 만들 때 성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소재는 과감히 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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